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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빨간 지갑 이야기 - 글 방은미(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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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7  <발행 제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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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쯤, 온 나라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란 노래가 애달프게 흐르던 때가 있다. 남북 이산가족의 한을 담고 오빠를 어머니를 누이를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울 때, 온 국민도 맞아 맞아, 맞겠지, 맞을 거야, 맞구나! 라고 함께 울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히 혈육의 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틀 전 이별한 내 빨간 지갑을 그리며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아쉬움에 나 자신을 탓하고 또 탓해본다. 분실을 깨닫고 그 안의 내용물을 따져보니 매일 몇 번씩 여닫던 지갑 속의 물건이 거짓말처럼 전혀 떠오르질 않는다.
제일 긴 칸에 현금이 오만 이천 원쯤 있고, 왼쪽 카드 칸엔 주민등록증, 복지관 회원증, 엄마 아버지 사진이 나란히 있다. 오른쪽 카드 칸에 아파트 현관 출입증, 부개3동 통장증, 국민은행과 새마을금고 체크카드, 직불카드 1장, 앞 포켓엔 명함들과 동전 700원쯤이 있을 것이다. 온몸이 얼어붙고 생각도 정지되어 무엇부터 해결할지 몰라 덜덜 떨던 어제 아침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
작년 생일, 딸이 명품 한번 써보라며 빨간 지갑을 선물했다. “사람이 명품이어야지 그까짓 거 필요 없다.”라며 큰소리쳤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아끼느라 한참을 쓰지 못했다. 나이 들면 원색이 좋아진다더니 깜찍하고 새빨간 반지갑이 마음에 쏙 들었다.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하고, 동사무소에서 임시 주민증을 발급 받고, 은행을 방문하는 내내 위축된 내 모습이 서글펐다. 버스 안일까? 한참 앉아 있던 정류장일까? 새우깡과 비빔면을 샀던 홈플러스일까? 잠깐잠깐 꺼냈던 길거리일까? 어디서 잃었는지 또는 흘렸는지 가늠도 안 되지만 분실 이후 직접 뛰어다니며 해결해야 할 과정들이 생각보다 많고 번거로웠다.
‘지갑을 그렇게 꼭꼭 채워 다닐 필요가 있었을까’란 자책이 제일 크게 마음을 때린다. 습득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돌려줄 수 있는 인적 사항이 지갑 안에 많이 있다. 미련을 못 버리고 어제오늘 자꾸 아파트 우편함을 기웃거린다.
툴툴거리면서도 아내의 실수를 해결하려 애써준 남편의 진가를 확인한 건 큰 수확이다. 남의 편이라 믿고 사는 사람이 확실한 내 편이란 깨달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내 작고 깜찍하고 예쁜 빨간 지갑아, 인연의 끈이 닿아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칠칠치 못한 주인 만나 그동안 애썼다. 많이 미안하고 자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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