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을 차리며… 박정순(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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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5 <발행 제347호>
05:50에다 맞춰 둔 알람 소리로 시작되는 새벽.
수십 년간의 생활 틀이 몸에 배었음에도 벌떡 일어나기 쉽질 않거니와,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선 안 되겠다 싶어 정신 바짝 추슬러본다. 동틀 녘의 주방은 오로지 나 홀로 공간, 여러 해째 식구가 늘고 줄도 않으니 눈대중해 퍼온 쌀을 씻고, 손대중으로 밥물 맞추어 전기밥솥에 안친 다음 버튼을 누른다.
“취사를 시작합니다.”
5인용 밥솥이 내게 첫 말문을 튼다. 늘 듣던 소리고 딱딱한 기계음이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참았던 내 하품을 대신해 주는 것처럼, 압력밥솥이 뜨거운 김을 한꺼번에 내뿜으면 몸과 마음은 더 분주해진다. 밥물 잦아들고 뜸 드는 동안에 가스레인지 위의 국과 반찬들도 한 가지씩 완성되어 간다. 음식 솜씨에다 갖은 양념을 더하여 그릇그릇 담아내도 툭하면 헛수고가 되곤 하는 현실, 하지만 오늘도 노력과 정성을 다해 아침상을 차린다.
다섯 식구가 한 식탁에 앉을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 밥상의 제자리에 함께 모여 앉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시대적 현실이 그런 데야 어쩌겠는가.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 새벽 일머리 하나를 뚝딱 해결해 준 밥솥이 맡겨진 임무 잘 끝냈음을 알린다. 투박하지만 엄마 같던 무쇠 가마솥은 이제 다양한 기능은 물론, 심미적 감각의 변신을 거듭하며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낸다.
나의 수고에 보답하듯 그릇 비우고 수저 내려놓은 식구들이 차례로 현관문을 나선다. 그리고 든든한 밥심으로 오늘 하루도 자기 몫을 다하고 돌아올 것이다. 서둘러 설거지를 마무리한 뒤 나도 일터로 향한다.
내가 그랬듯 내 아이들이 언젠가는 제 엄마 솜씨 ‘집밥’을 그리워할지도 모를 일, 저녁에 새로운 재료를 준비해서 식탁에 올려놔야겠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