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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요가하기 - 최은우(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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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4  <발행 제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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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왼쪽으로 돌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린다. 고개를 돌리자,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집게 핀으로 곱실거리는 머리를 야무지게 묶었다. 팔을 왼쪽으로 쭉 뻗는 동작을 할 때 허둥거리는 엄마의 손이 거울 너머로 보인다.
요가를 하면서 엄마의 다양한 표정을 보았다. 눈 근육에 긴장이 풀린 얼굴, 마지막에 손을 합장할 때 마무리 짓는 평온한 얼굴, 어려운 동작을 할 때는 자꾸 나를 흰자로 힐끔 쳐다보는 얼굴. 그동안은 일하는 엄마, 밥하는 엄마, 잠자는 엄마만 익숙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는 일하는 엄마와 생활인으로써의 엄마뿐이었구나.
요가하는 엄마의 얼굴은 낯설었다. 요가하는 엄마의 얼굴을 관찰하다 보니, 엄마는 원래 표정이 다양한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평일 연속극을 볼 때의 표정이 가장 다이내믹하다. 주인공이 재벌가 시어머니에게 그동안 당한 서러움을 내뱉는 장면에서는 엄마의 양 입술이 아래로 처진다. 고개도 끄덕거린다. 엄마의 양 입술이 내려간 각도가 정점을 찍었을 때 웃겨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엄마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하지만 머리를 가로로 휘저으며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니, 나는 이렇게 쉽게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 엄마는 나한테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고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잖아? 엄마가 괘씸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요가원에서 엄마의 짧은 팔과 다리가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면 다시 나는 돌변한다. 엄마가 너무나 귀엽다.
내 마음속 엄마는 꽤 바쁘다. 괘씸한 엄마와 귀여운 엄마 사이를 뚱뚱한 엄마가 종종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엄마가 또 귀여워 보인다. 사람이 한번 귀여워 보이면 끝난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귀여움에 빠져 객관성이 없어진다고 했다. 아무래도 난 엄마의 귀여움에 빠진 것 같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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