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평사람이 되다 - 이은숙(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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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발행 제344호>
십여 년 만에 다시 부평으로 돌아왔다.
생업의 터전이었고 아이들의 출생지이자 성장지이다.
모두 부평서국민학교 출신이니 우리 가족 제2의 고향인 셈이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 세상으로 나가고 우리 부부도 어쩌다 보니 아이들을 따라 타지에서 십여 년을 살았다.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 모두가 새로 시작하는 신도시에서의 삶은 설렘과 홀가분한 편안함도 있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조심스레 교류하며 어느 정도는 정제된 모습으로 살 수 있어 나쁘진 않았지만, 남편은 늘 부평을 그리워했다.
그런 남편은 이사를 간 후에도 부평을 자주 왕래하며 그간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나이도 먹고 건강에 조금씩 이상이 생기며 우리 가족은 주거 문제를 재정비해야 했고 우리 부부는 다시 부평으로 오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부평은 우리를 거부하지 않았고 그리 낯설지 않아 괜찮았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병원 신세를 자주 지게 되었는데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 갔을 때, 십여 년 전의 내 차트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있는 게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의사 선생님도 알아봐 주시고 바쁜 진료 시간임에도 사적인 안부도 나눌 수 있어 안도가 되며, 노년을 이곳에서 보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명의라고 믿고 있는 몇 분의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인생의 황혼기를 부평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진료를 볼 때마다 그분은 나의 건강 문제를 세심히 살펴주시고 나는 그분이 나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심한 나는 예전 인연을 찾아 나서지는 않지만, 그냥 조용히 나를 받아준 부평에 감사하며
오늘도 햇볕을 쬐려
부평공원엘 간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