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와 50년 만의 재회 - 김동석(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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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발행 제342호>
거의 50년 만에 불후의 명작 ‘닥터 지바고’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 혁명 전후의 복잡한 정치적 배경에서 주인공 닥터 지바고의 내면 심경과 이념적 충돌을 다룬 소설로, 중학생 시절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던 인생 소설이다.
철저하게 인간적인 면모와 혁명과의 대립을 경험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이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닥터 지바고에 완전히 빙의된 채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읽고 또 읽었다.
당시 대학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나의 유일하고도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 후 닥터 지바고를 포함해 밤이나 낮이나 늘 함께했던 고전과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나의 꿈도 고전 문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30여 년의 직장 생활 동안 자기계발서나 주식, 부동산 관련 책은 늘 가까이 두었지만, 한 번도 고전을 본격적으로 읽은 기억이 없다.
그날은 무슨 생각에선지 책장 모퉁이에서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닥터 지바고’를 꺼내 들었다.
무료해서도, 갑자기 독서욕이 타올라서도 아니었다.
순수했던 중학교 시절 무언가에 심취했던 나만의 추억을 소환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50년 만에 다시 읽은 ‘닥터 지바고’는 속물이 된 나를 잠시나마 70년대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되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