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 그리고 작은 아쉬움 - 조희성(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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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발행 제340호>
초록이 짙어지더니 어느새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사계절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늘 경이와 감동과 인내를 요구한다. 삼산1동에는 산이 없고, 가장 가깝고 만만한 산책로가 서부간선수로이다. 그곳을 걸으며 철 따라 피는 꽃과 나무들을 친구 삼아 가벼운 운동을 하며 일상의 피로를 풀곤 한다.
그동안 부평구에서 계양구까지 이어지는 서부간선수로를 걸으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구의 경계에서 확연히 달라지는 자연환경이었다. 옆 동네에는 없는 시설물이나 주기적인 잡초 관리, 연꽃만으로도 충분히 비교가 되는데, 언젠가부터 새로운 꽃나무가 몇 그루씩 심기더니 곳곳에 접시꽃이 만발하고 꽃창포가 늘어나고 수국도 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몇 군데 나붙은 작은 현수막을 보고, 세심하게 꽃을 심고 관리하는 이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삼산1동 주민자치회. 공무원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내 집 가꾸듯 살피는 그분들의 손길이 주민들의 눈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손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대가 없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데 큰 고마움 뒤에 작은 아쉬움이 따라온다. 바로 그 현수막에 적힌 문구이다.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접시꽃 식재하였습니다.” 이 글을 볼 때마다 쉬운 우리말로 표현하면 더 좋았겠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식재하였습니다” 대신에 “심었어요”, “심었습니다”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글자 수도 더 줄어들고 의미 전달도 확실하다.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 예전부터 공공 게시물에는 한자어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한글 세대에게는 그런 게시물들이 낯설고 어려운 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외래어, 외국어, 줄임말과 신조어가 판을 치고 우리말이 홀대받는 것 같아 더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리 동네를 스스로 가꾸는 고마운 분들처럼 우리말, 우리 글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커다란 감사의 마음과 함께 자그마한 아쉬움을 조심스레 드러내 본다. 우리 동네도 우리말, 글도 함께 아름답게 가꾸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