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 이형우(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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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발행 제336호>
월세 산다
주인의 눈치 살펴야 한다
벽에 함부로 못질하면 안 된다
나무, 다람쥐, 산새들이 월세 산다
주인의 눈치 살피며 흠집 내지 않고 산다
못질 안 하고 쓰레기도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월세 산다
무슨 똥배짱인지 주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맘대로 못질하고 날마다 쓰레기 만든다
우리는 월세 산다
‘지구’라는 전원주택에 월세 산다
마음씨 좋은 주인을 무시하며 산다
지구가 병원에 간다
열이 점점 오른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고 한다
하얀 눈이 내린다
주인이 하얀 글씨로 편지를 쓰는 것이다
후손들도 살아야 하니 ‘집’ 깨끗하게 써 달라는 부탁의 편지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