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아버지 - 방은미(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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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발행 제329호>
그립고 그립고 자꾸 그리운 아버지, 떠나시고 벌써 열한 번째 추석을 맞아요.
기억하시죠? 제가 여섯 살 여름 피서 때 경포대 파도에 휩쓸린 아찔한 순간이 있었죠.
저 멀리서 “우리 은미, 우리 은미”라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신 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해요.
남들보다 더 유난스럽게 홍역을 앓을 땐 “우리 은미한테서 홍역 귀신 물러가라”며 연신 부엌 아궁이에 절을 하시던 그 모습도 또렷하고요. 반장 떨어지고 대신 반의 회계를 맡아 시무룩했을 때, “학급 회비를 관리하는 회계가 반장보다 훨씬 높은 거다. 우리 은미나 되니까 반 친구들이 신임을 하고 학급 돈을 맡긴 거지 그거 아무나 못 한다”라며 풀 죽어 있는 둘째 딸을 감싸셨어요. 혹여 형제들과 아버지 사랑을 나눠 가질 땐 속상해서 병이 날 정도로 앓아누웠던 철 없던 그 시절도 기억합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결혼하는 딸이 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영상을 봤어요 ‘나를 사랑한 첫 번째 남자는 아버지’라는 번역 가사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어요. 아버지는 제게 그 이상의 존재였고,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주변을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을 걸.
결혼 후 친정보다 내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딸 되었을 때도 ‘역시 자기 역할을 잘 아는 똑똑한 은미’라고 아버지의 칭찬이 마르지 않으셨어요. 외롭고 용기가 필요할 때, 유년 시절 끝없이 퍼부어 주시던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 덕에 꿋꿋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한 첫 번째 남자가 아버지였고,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기억할 남자도 역시 아버지”라고 이제야 제 마음을 전합니다. 둘째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큰 자랑이었던 그 시절을 훈장처럼 마음에 담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역시 우리 은미야”라며 환하게 웃으실 아버지 얼굴이 오늘따라 너무 그립습니다.
- 둘째 딸 은미 올림.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