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해방된 조국에서 서점을 열었던 시인을 생각하다 - 전형성(부평동)

--

2023-08-02  <발행 제328호>

인쇄하기

시인 박인환이 해방된 조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서점을 여는 것이었다나. 종로에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열었고, 3년 동안 그곳은 한국 모더니스 트들의 아지트였다고 한다.
서점을 생각하면, 이 시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이 연 서점을 보며 시인은 얼마나 뿌듯하고, 가슴 벅찼을까? 서점 문을 닫으며 시인은 얼마나 가슴 허전했을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곳곳에 책방이 있었고, 번화가에 큰 서점 한둘은 있었다. 번화가에 서점이 자리할 정도니, 서점도 한때는 돈 되는 사업이지 않았을까? 번화가 서점은 책을 사는 곳 이상의 역할이 있었다. 만남을 위한 기착 장소라 할까? 부평사람에게는 ‘부평문고’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동네 책방 폐업 소식이 여기저기 들리던 게 20년은 된 것 같다. 지역 대표 서점들도 폐업을 하고, 서울 교보문고도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알라딘의 자회사인 인터넷 서점마저 폐업을 했다하고, 독립서점을 냈던 배우가 폐업했다는 기사도 있다. 그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서점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 된 것이다.
예전에 건물주가 운영하던 한 연륜 있는 지방 서점이 매월 수백만 원씩 적자를 내다가 폐업하고 나서 하루에 100만 원씩 임대 수입으로 흑자를 냈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물이 되어가는 듯한 ‘서점’이라는 공간을 아는 우리에게 조금은 서글픈 현실이다.
이제 내가 사는 이 동네 부평에서도 서점은 유물이 되어가는 듯하다. 부평대로 21, 부평 최고 상권에 있던 ‘부평문고’가 7월 31일 문을 닫는다고 한다. 3년 전 부평지하상가에 있던 씽크빅문고가 문을 닫았으니 이제 내로라할 만한 서점이 부평에는 없게 되었다. 인천 최대의 종합서점을 기업 비전으로 1991년쯤 문을 열었다 하니 올해로 32년이 된 부평의 대표 서점이다. 1990 년대 부평문고에서 책을 사던 아이는 자라서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있음 직하고, 1990년대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을 찾았던 엄마, 아빠는 백발 희끗한 이제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있을게다. 그만큼의 시간과 함께 했던 부평의 상징적인 공간이 사라진다.
서점 출입구나 벽에 쓰여 있던 ‘아포리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이들은 서정적 공간 하나가 사라지고, 그 시간만큼의 서사를 간직하게 될 것이다. 부평 문고, 잘 가. 그리고 고마웠어.
 

목록

자료관리 담당자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
  • 담당팀 : 홍보팀
  • 전화 : 032-509-6390

만족도 평가

결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