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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한다면 - 유대일(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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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발행 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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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이어폰 사용자가 꽤 생경했으나 어느새 가는귀를 염려할 정도로 유저가 됐다. 이따금 파일 공유 앱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데 간간이 알고리즘으로 운영하는 쇼츠나 틱톡 릴스를 보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흔한데 최근 자주 듣는 곡 역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평생을 두고 추구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 어느 유명작가나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사랑’을 강조한 성서를 말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일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1994)
갑작스런 결별을 당했을 때의 슬픔은 남녀가 동일할 테지만 영혼으로 끌어안은 ‘너무 아픈 사랑’과 흔해 빠진 ‘사랑 같지 않은 사랑’은 그 깊이가 확연히 다르다.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을 헤매고 있을 때 불쑥 던져진 이별은 영혼마저 시들하게 한다.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다시 사랑한다면, 2001)
가객 김광석의 영향일까. 다음번의 사랑을 할 때 깊은 사랑 대신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가볍게 사랑하라고 배려하는듯하다가 끝내는 너 혼자만 행복하게 지내는 먼 훗날의 모습을 떠올리니 ‘나는 슬프다’란 통속성도 숨기지 않는다.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 가 아파도 너무나 아파 사랑은 또 무슨 사랑 꽃길은 또 무슨 꽃길”(꽃길, 2014)
지나온 사랑의 여정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우면 ‘비단옷 꽃길’이라 할지라도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는 회한에 잠긴다. 헤어져야 할 사랑이라면 행복했던 시간마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추억에 불과함을 역설적으로 노래한다. 헤어질 것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이 있을까. 소중했던 인연에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서로가 전부였던 찐사랑에도 틈이 생긴다. 그 간극을 느낄 때마다 오직 사랑하는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열정의 순간들이 불쑥불쑥 다가오기에 더 애틋한 것이 아닌지.
한때 ‘넌 사랑을 몰라’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란 광고카피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가 실연의 또 다른 극복 의지를 나타낸 것인지 모른다. 청년들의 사랑관인지 카피라이터의 탁월한 비전인지 알 수 없으나 대중가요 노랫말에 나타난 21세기의 ‘사랑의 구성 방식’은 지난 세기와 다른 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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