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로 이뤄낸 가정의 화목 - 김동석(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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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발행 제319호>
30여 년 결혼생활 동안 나는 아내에게 늘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7살이나 나이가 많으신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항상 존댓말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결혼과 동시에 동갑인 아내에게 반말을 삼갔다.
반세기 가까이 교편을 잡으셨던 아버지께서 교육적인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신 것은 아닌지 생전에 여쭈어보지는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우리 부부가 당시 중매로 만나 연애 기간도 없이 약간은 서먹한 상태에서 곧바로 결혼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낯간지럽고, 주변에서 팔불출이라는 소리도 꽤 들었다. 다른 부부처럼 반말로 대화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둘까도 했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나름 화목한 가정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부부싸움을 할 땐 격한 말이나 심지어 몹쓸 막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흥분이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하던 대로 존댓말로 복귀했고, 상황 또한 잘 마무리됐다.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서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대부분 ‘보기 좋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한 두 딸의 가정도 아빠·엄마의 모습을 보고 부부간에 서로 존댓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학자 칸트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했다. 무슨 내용이든 형식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지 못하면 좋은 진심이라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서로 존댓말만 한다고 해서 갑자기 부부간에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거나 가정이 화목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실천하다 보면 스펀지에 물이 서서히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존중이 생기게 마련이다. 존댓말로 이뤄낸 가정의 화목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고, 귀한 가풍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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