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행복 레시피 - 정은재(부흥중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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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 <발행 제317호>
나는 아직도 그날, 엄마의 미소와 칭찬을 기억한다. 나는 7살에 처음 불을 사용했다. 엄마가 아파서 엄마도 나도 밥을 먹을 수가 없는 상황에,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무작정 냄비를 가져와 라면을 끓였다. 라면 하나가 뭐 그리 좋다고 엄마와 함께 웃으면서 나누어 먹었던 일이 있었다. 고맙다는 그 한마디가 뇌리에 남아 지금까지 쭉 요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조리하는 과정은 뜨겁고 차갑고 고될지라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나는 언제까지고 음식을 만들 것 같다.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밥 한 공기씩, 소소하며 정겨운 반찬을 차려두고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할 때면 왜 가족의 다른 말이 식구인지 와닿는다.
하루를 끝내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사랑해주고,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아무 이유 없이 품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 이 세상에 다시 없을, 나의 편. 누구보다 편하기에 종종 소중함을 잊어버릴 순 있겠지만,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존재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걱정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배달은 내켜 하지 않는 우리 집이라, 주로 내가 요리를 도맡았었다. 기회가 증가할수록 자연히 실력도 늘어갔다.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닭발이다. 아빠는 생김새에 기함하여 입에도 못 대지만, 엄마는 이 세상의 모든 닭이 내 다리 내놓으라고 몰려올 정도로 잘 먹는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생 닭발 손질은 못 해서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나만 요리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술집에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엄마가 말하길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다. 이젠 내가 없으면 닭발을 못 먹는 엄마는 매번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말고 같이 살자’며 스카우트를 제안한다. 맛있게 먹어주면 기쁜 것이 사람 마음. 이렇게 보람차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일이기에 요리사라는 직업이 생겼구나, 생각한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깨닫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아빠가 이 재료를 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왜 엄마가 무거운 장을 보고 돌아와 뜨거운 불 앞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지, 할머니가 어떻게 기나긴 세월의 풍파 속에서 수고로움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소소한 나의 취미이지만, 이에 따라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존재라면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는 무언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 행동이다. 나에게 요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생활과 밀접한 나만의 효도방식이다. 따스한 밥 한 공기와 같은 애정, 든든한 된장찌개 같은 사랑. 나에겐 매일매일 사랑의 맛이 느껴지는 우리 가족의 행복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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