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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 봄아 봄날을 위한 편지 - 이도연(산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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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5  <발행 제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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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풀꽃을 사랑하는 친구야
너는 축복의 땅 시골이라는 신의 성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니

인간이 만들어 놓은 땅인 도시라는 곳에 풍요는
보이지 않는 치열함과 경쟁이 낳은 산물이라는 걸
누런 지퍼같이 펼쳐진 도시 길가에 피는 꽃은 힘겨운 신음으로 꽃을 피운단다

시골살이 조금은 불편해도 봄에 실루엣이 상앗빛으로 스미던 날
흙을 가꾸며 들꽃 속에서 박꽃같이 행복한 미소를 짓던 아름다운 친구야

지금은 잊힌 동토의 계절
들판은 황량하고 능선의 나무는 썰렁한 바람 둘러업고 일없이 흔들리며
사금파리 뾰족한 결핍의 계절일지라도

친구야
함박눈 오는 날이면 백옥같이 고운 빛 들판은 얼마나 아름답더냐
눈 덮인 산하 상고대 눈꽃 나무는 또 얼마나 장엄하고 듬직하지 않더냐
은둔의 계절인 겨울에도 흙 속에 잠자는 씨앗의 숨결을 너는 들었을 테지
잠자는 대지의 호흡을 말이야
오감을 동원해도 회색빛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전설이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련이라는 자양분 없이 잉태하지 않는다더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추위는 꿔다 가도 한다는 속담을 증명하듯 찬바람이 날을 세우더라

그래도 우수도 경칩도 지나 봄 오는 소리 들리지 않더냐

추위 속에서도 친구가 사는 남도의 향기로운 봄소식은 어여쁘다
눈 속에 설중매나 붉은빛 동백이 피어나는 소식이 있던 날은 얼마나 찬 바람이 불던지
결핍의 계절을 건너온 꽃망울이 귀하고 사랑스럽다

봄 햇볕에 그을린 친구의 황톳빛 손아귀에
우직하게 걸려 있는 호미 끝에서 봄이 송알송알 솟아나겠지
친구의 겨울 봄꽃이

어서 잠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까만 밤 하얗게 지새워봄바람에 향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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