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백신 휴가 - 글 황덕순(산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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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발행 제304호>
‘딩동~’ 문자가 울린다. 백신 접종이 예약된 날 같이 가자는 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병원까지 거리는 십분 남짓, 얼른 맞고 와야지 생각하며 건널목을 건너는데 그 순간 안 좋은 예후 몇만 분의 일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그 하나가 나에게…. 잠시 스치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 설사 그렇다 한들 뭔 걱정인가 아이들 모두 잘살고 있는데….’ 자신을 다독이며 병원에 도착, 접종을 마쳤다.
우려와는 달리 아무렇지 않았지만 쉬어야 한다는 가족들 성화에 달콤한 휴식에 들어갔다. 늦은 저녁 만약을 대비해서 해열제 한 알을 먹고 알람을 껐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일어나서 가벼운 아침을 먹고, TV도 좀 보고, 베란다 화분들 도 오래 바라봐 주고, 시집도 새삼 꺼내 읽었다. 거기다가 아들 며느리의 지대한 관심 카톡과 전화벨 소리가 행복한 방해꾼 이 되기도 하는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 문득….
‘어머나 나 지금 뭐 하고 있니?’ 접종 후 유증으로 이틀을 끙끙댔다는 친구, 밤을 꼬박 새웠다는 친구, 하소연도 많았는데 나는 지금 호사를 누리고 있네, 미안.
배가 고프다. 잘 먹고 쉬라 했지. 냉장고 에 있던 삼겹살을 굽고 친구 표 무공해 상추에 편안함을 살짝 얹어 크게 한 잎 입에 물었다. 뭐니 뭐니 해도 행복의 끝판왕은 역시 먹방이지. 며칠 전부터 살짝 긴장했던 예방접종, 뭔가 큰일을 마무리한 듯한 뿌듯함. 마스크 벗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달콤·살벌 백신 휴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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