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 글. 방은미(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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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발행 제290호>
딸에게 카톡이 왔다.
“어버이날 필요한 것 있어? 이번에 받은 재난 카드로 서울에서 사 가려고.”
“암 것도 없는디, 너 필요한 데 쓰셔유.”
“양산이나 손수건 같은 거라도, 천천히 생각해 봐. 아빠는 재킷으로 부탁한다고 칼답이 왔엉. 한 번도 사양이란 없는 울 아빠. 왕 멋져부러 ㅋㅋ”
“그게 멋진 거냐? 내가 양심적인 거지 쯧쯧”
딸의 사무적인 톡을 받으며 올해 어버이날이 가까운 걸 실감한다. 매번의 선물 질문에 항상 남편은 칼답이고 나는 어물쩍이다.
“너희들이 바로 선물이지, 엄만 필요한 거 하나도 없어.”라고 해마다 전하던 상투적인 말 대신 올해는 멋진 걸로 하나 받아볼까?
‘다 가진 듯, 다 안 가진, 다 가진 것 같은 나!’
그런데 뭐 딱히 당기는 것도 없는데 어쩌지?
아, 그래 생각났어. 컴퓨터나 핸드폰 사용 때 맘대로 불러 부려 먹을 수 있는 ‘딸, 아들 사용권’ 그게 좋겠다.
뭐 좀 질문 할라치면 이런 것도 모르느냐, 벌써 몇 번째 알려 주냐, 머리에 입력을 좀 하시라며 두 녀석 모두 찬 바람이 쌩쌩 불어 찌질감에 주눅 들고 좌절했던 서러움이 떠오른다.
그래 결심했어! 딸아, 엄마한테 친절하게 답해주고 응해줘. 같은 질문 반복해도 구박하지 말고. 2020년 말까지 10회 딸 사용권으로 발행할게.
그리고 올해부턴 엄마도 완전 고아가 됐잖아. 어버이날 뵙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젠 없잖아. 나이 드는 걸 실감할 때마다 슬쩍슬쩍 우울감이 올라오고, 점점 예전의 씩씩하고 거침없던 네 엄마가 아니란다.
감사의 계절 5월 ‘엄마, 아버지 사랑합니다.’를 전할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신 사람들은 참 좋겠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아들, 딸 화이팅~~
그러니 딸아, 아들아! 비싼 선물 말고 있을 때 잘하자 우리!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