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쪽지 - 글. 이혜원(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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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발행 제288호>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 휴원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다섯 살. 집 안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와 친정엄마가 지루하고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게다가 아파트라 아이가 뛰어놀면 아래층에 사는 분들이 소음으로 혹여나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지 신경도 쓰였다.
나 또한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있어 더 걱정되었다. 뉴스에서도 요새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고민하다가 뭐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비타민 음료 한 상자를 사 왔다. 예전이라면 아이와 함께 가서 인사드리고 왔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문 앞에 놓고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짧게 쪽지를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답답하고 여러모로 힘드실 텐데 저희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음으로 인해 더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며칠 뒤 퇴근길에 문 앞에 놓인 딸기 바구니와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아래층 아주머니께서 주신 답장이었다.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모두 힘들고 예민해져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훈훈한 이웃의 정이 살아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힘들고 답답하고, 걱정도 많은 요즘, 날 선 마음이 먼저 나와 버려서 서로 예민해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건넨 ‘많이 힘들죠? 힘내세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위로와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