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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과 나만의 피서 - 글. 신승남(산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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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발행 제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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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최고의 매력은 짜릿하게 내뿜은 뜨거운 열기에 있다 한다. 그러나 더워질수록 우리는 나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여름 나기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더위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오히려 기후를 포용한다는 너른 마음과 내면 깊은 정서로 무장한다면 그 어떤 더위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작년 여름 피서 철에 들렀던 강화 미술관 생각이 하늘 향해 우뚝 서 있는 키 큰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삐죽 내민다. 그것은 필시 작품을 통해 내재 해있던 감흥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히 남아있기 때문 일게다.
하얗게 햇살을 튕겨 올릴 만큼, 강화군 도심 바닥은 폭염에 달구어져 있었다. 기와지붕에 고풍스런 모습을 띠고 있는 강화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전면에 부착된 여러 현수막들 중에 강화 태생 장분남 작가의 ‘섬 그리고 바다’가 시선을 압도했다. 전시실에 들어가 액자 속의 그림을 대충 한 번 둘러보니, 사실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난 작품 임을 대번 알 수 있었다. 섬과 바다를 향한 작가의 기대와 욕구가 평면 속에 형상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순 관람에서 벗어나 좀더 자세히 그림을 접하겠다는 일념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순간 세상을 스치는 바람소리로 익어 가는 섬과 바다가 뇌리에 각인되면서 심연 깊숙이 침잠해있던 고요가 꿈틀거렸다.
작가는 시·공간을 뛰어 넘는 소통을 통해 자칫 무관심할 법한 관람객에게 그윽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마치 섬과 바다 한 가운데에서 그윽한 풍광을 맛보는 피서객 같은 안온한 느낌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적 끊긴 무심한 섬 아래 바다 한 가운데로 풍덩 빠진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도 맛볼 수 있었다. 여하튼 캔버스에 은은하게 펼친 장분남 화가의 작품은 미술의 문외한인 내게 소낙비 같은 깊은 감동과 전율을 심어준 것 만큼은 틀림없었다.
이제 머지않아 도심을 떠나 여기저기 피서지를 향하는 행락객들이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이에 부화뇌동 하지 않고 나만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피서의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부평은 물론 이려니와 수도권 주변에 산재해 있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극장, 공연장, 문화센터 등을 찾아 두루 섭렵하며 그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그러면 더위는 시나브로 실종되면서 알차고 유익한 여름은 오랜 기억으로 저장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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