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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스티커 - 글. 오선애(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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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6  <발행 제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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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생과 함께 볼일을 보고 내 차로 데려다주기 위해 동생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선 후 평소처럼 호출기를 눌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동생과 나는 영문을 몰라 답답해하고 있는데 경비원의 “무슨 일이세요?”라는 목소리가 호출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000동 000호 방문인데요.”라는 내 말에 “다음부터는 후문을 이용하세요.”라는 대답과 동시에 차단기가 올라갔다. 외부 차량은 후문으로만 출입하도록 아파트 규정이 바뀐 것이었다.
그 후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주말에 행사가 있어서 동생을 태우고 가기로 해서 출발하기 전에 전화로 후문은 어떻게 가면 되는지 물어보았다. 동생이 가르쳐준 대로 후문에 도착했는데 차단기가 올라가 있었다. ‘후문으로는 외부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나 보네.’라고 생각하며 동생에게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니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동생네가 사는 아파트 동 앞에 주차한 후 들어가 아침을 먹으며 기다렸다.
한 삼십 분쯤 지났을까. 준비를 마친 동생과 함께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간 나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깜짝 놀랐다. 글쎄 내 차 앞면 유리창에 노란색 주차 위반 스티커가 떡하니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주차 스티커에 검은색 매직으로 ‘주민 신고’라고 적혀 있었고, ‘방문증 부착 위반’이라는 칸에 ‘브이’ 표시가 되어 있었다. 급한 대로 자동차 와이퍼를 작동해서 워셔액으로 앞 유리의 스티커를 제거했지만, 완전히 뜯어지지 않는 데다가 지저분해 보여서 더 화가 났다. 얼마 전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이 아파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택배 기사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을 때 나는 아파트 주민들의 ‘극도의 이기주의’를 성토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내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 아파트에 설치된 차단기로 갑자기 불편을 겪었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는커녕 드디어 우리 아파트에도 외부 차량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된 것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내 차에 ‘노란 스티커’ 대신 ‘우리 아파트를 방문하시는 외부 차량은 앞으로 방문증을 부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끼워져 있었다면 아침부터 마음 상하는 일을 겪지 않았을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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