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자 - 글. 유진규(경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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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발행 제2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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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큰애가 OO 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는데 어디 취직자리 좀 없냐며.
아, 그러고 보니 친구 아들이 졸업한 지 1년이 넘었다. 작년 2월의 일인데 아직도 취직을 못 했단다.
친구는 국문학과를 졸업한 아이의 적성에 맞는 언론사나 출판사, 기획사, 사보 편집실 같은 데를 찾아봤지만, 이력서를 수십 군데 내도 안 되더라며 낙담을 했다. 한두 명 뽑는 경쟁에 수백 명씩 몰리는 건 기본이라니….
하지만 나도 뾰족한 수가 없어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 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편치 못한 마음으로 이 시대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해 생각해 봤다.
IMF조차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해 낸 대한민국 역전의 아버지들이었지만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자식의 취직이 걱정되어 밤늦게 취업 자리까지 부탁해야 하는 아버지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축 처진 어깨와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그래서 그런 풍상을 겪는 우리 아버지들의 곧았던 척추는 구부정해졌고 넓고 단단했던 등은 왜소해졌다. 힘 빠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또다시 보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그 자식은 꼭 꿈을 이루기 바라며 기러기 아빠라는 이름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힘들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전망을 들을 때에도 아버지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하면서 몸부림을 친다.
아침 일찍 직장으로, 가게로 나선 아버지들. 저녁때는 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피곤한 내색 한번 안 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등을 한 번쯤 어루만지면서 “힘내세요”라며, 위로의 한마디를 전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