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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의 생명은 다 같이 키운다 - 글. 전이주(산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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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발행 제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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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폭염에 겨우 살린 새끼를 밥자리에 처음 데리고 나온 어미 고양이 ‘보리’. 천성이 겁이 많은 길고양이들에게는 한파나 무더위보다 ‘공존해서 살아갈 생명체’라는 인식이 미약한 현실이 더 가혹한 환경이다.
‘한 마을의 생명은 다 같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길고양이 돌봄 활동이 정식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구체적 구상을 하는 중이지만, 대다수 이웃에게는 고양이 밥 주기 자체가 큰 민폐가 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밥자리 소독이나 주변 청소를 함께하며 진심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대범에 의한 처참한 고양이 사체를 발견하는 날이면 마음이 굳게 닫히며 모르는 사람을 의심하는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어떤 동물의 생애 마지막 한 끼가 될지 모를 밥을 다시 챙길 힘은 ‘우리 지역 숨은 야생동물 지킴이들’의 배려와 지지에서 나온다.
산곡동 철마지구대는 매일같이 길고양이들이 다수 서식하는 우범지역을 세심히 순찰하며 심야 통행 안전을 두루 살펴준다. 부평경찰서 동물 학대전담부서인 지능범죄팀에서 길고양이 살해범을 찾아 탐문 수사를 강화한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던 동물 학대 사건이 해당 구역 내에서 사라졌다. 동물 학대는 나아가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지구대와 경찰서의 동물 학대 예방업무는 곧 주민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업무가 된다.
한편, 꾸준히 투약하면 호전될 질병임에도 약값 부담으로 포기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길고양이 약은 평생 책임집니다.”라며 의약 지원을 하는 부평세림동물병원 덕에 마을 고양이 상당수가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개체 수 확산을 막는 국가지원 TNR(중성화 수술, 치료 후 방사) 사업을 지원하고, 우범지역에 야생동물보호법령 현수막을 설치해주는 부평구청 경제지원과 동물복지팀의 노력으로 주민들의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방적이고도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걸 실감한다.
길어야 2년 남짓 살다 떠나는 고단한 길생명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도 깨끗한 개울 하나 찾을 수 없는 야속한 도심 환경 속에서, 누군가 띄워 놓고 간 길고양이 물그릇 안의 시원한 얼음 한 덩이는 인간과 동물 간 또 다른 화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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