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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앞에서 문자 쓰다 - 문형식(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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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발행 제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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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덕분에 도회지 출신보다 나무 이름을 많이 아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온 가족이 곤지암 화담숲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산사나무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사돈(査頓)의 유래 안내판까지 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산사나무 이름은 많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보기 드문 나무인지라 자주 대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원적산 공원을 산책하다가 네 그루의 산사나무를 발견하고 꽃이 피는 5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찾아갔습니다.
탐스러운 산사나무 꽃을 요모조모 살펴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황홀한 기쁨을 혼자만 누리기 아까워하고 있을 때 고운 옷을 차려입은 중년의 세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아세요?” 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더니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습니다.
얼씨구나 싶어 산사나무 이름이며, 여진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 고려 명장 윤관 장군과 오연총 장군의 일화에서 ‘사돈(査頓)의 유래’가 비롯되었다는 등등을 장황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잠시 후 떠나려 할 때 “건강을 위해 산책 나오셨나요?” 하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숲해설가예요.”


사돈(査頓)의 유래
고려 예종 때 여진을 함께 정벌한 도원수 윤관과 부원수 오연총은 아들과 딸의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이기도 했다. 어느 날 윤관이 술을 마시고 싶어 오연총의 집으로 향하다 간밤에 내린 소나기로 개울이 불어나 건널 수가 없어 안타까워하는데, 마침 오연총도 윤관과 술을 마시려고 술과 안주를 들고나오던 길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산사나무 등걸에 앉아 술을 마시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에서부터 사돈(査頓, 나무 등거리에 앉아 머리 숙이며 술이나 마시자)이라는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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