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강나무꽃 보고, 내년에는 변산바람꽃 보고 오자 - 글. 전형성(부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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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발행 제2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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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이런 문제를 본 기억이 있다. 다음 중 다른 하나는? 김유정 소설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 오동도 동백꽃, 이미자 동백 아가씨. 답은 김유정 소설 동백꽃이다.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은 산동백이라 불리는 노란 생강나무꽃이고, 나머지는 남녘 바닷가에서 흔히 접하는 빨간 동백꽃이다. 오래전 보았던 이 문제가 떠오른 이유는 며칠 전 산책길에서 만난 이들 덕이다.
봄 졸음을 쫓으려 점심나절 인근 공원에 봄꽃 산책을 나갔다.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 중에 생강나무를 아는 이가 있다. ‘생강나무꽃인가? 산수유꽃인가?’ 둘 다 피는 시기, 색깔, 모양도 비슷하니 구별이 쉽지 않다. 산수유꽃은 꽃이 터지는 모양이고, 생강나무 꽃은 둥글게 뭉쳐 핀다고 설명하지만 헷갈리기 일쑤다. 줄기와 열매를 보아야 확실히 구별된다.
10여 년 전, 청송 주왕산 근처 주산지를 향하는 길에 “산수유네.” 했더니 꽃을 잘 아는 일행이 “생강나무, 껍질을 벗기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하며 미소를 띤다.
‘생강나무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이른 봄 산수유보다 한 뼘 먼저 꽃을 피운다/ 산수유보다 한 움큼 더 꽃 피운다’ 김호진 시인의 ‘생강나무’의 일부다. 이 얼마나 명징한 설명인가.
올봄 아들과 생강나무꽃을 보러 백두대간 어디매쯤 가보고 싶다.
“저 꽃이 생강나무꽃,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알싸한 향기가 나는 노란꽃.” 이렇게 이야기해주며. 아마 아들은 그러겠지. “아빠, 저번에도 말했잖아. 나는 변산바람꽃이 제일 좋아.” 한참 변산바람꽃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 변산바람꽃 바라기가 된 아들이다.
그래, 우리 봄은 꽃 천지인데, 어떤 꽃인들 어떻겠냐. 올해는 생강나무꽃 보고 내년 봄에는 변산바람꽃 보고 오자. 꽃을 좋아하는 이들이 천지니 모두가 시인이 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