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엔 나이가 필요치 않다 - 정현자(부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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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8 <발행 제263호>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떻게 하지?”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걱정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e-배움터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컴퓨터 활용 첫 시간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배우자라고 용기 있게 컴퓨터 수업을 신청했는데,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배움터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콩닥콩닥했다. 모두 컴퓨터 앞에 앉아 시작된 첫 강의를 경청한다. 어린 시절,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입학하던 날, 꼭 그때 같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도 앞자리에 앉아 계셨고, 뒤쪽에는 젊은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나만 컴퓨터를 못 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강사님들은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못 따라올까 싶어 눈높이를 맞춰 컴퓨터의 명칭, 가장 기초 단계인 컴퓨터 부팅과 종료를 천천히 가르쳐주셨다. 내 옆자리 컴퓨터 짝꿍 아저씨는 어려운지 슬며시 나에게 물어본다. 그래도 내가 왕초보는 아니구나 싶어 어깨가 살짝 으쓱해졌다. 그렇게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첫 수업은 무사히 끝이 났다.
강의는 4주간 계속되었고, 나는 수업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가서 한글 타자 연습을 시작했다. 독수리 타법에서 매일 연습하다 보니 나아지는 게 보였다. 타자 연습을 하고 수업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했다. ‘참, 행복하다고. 왜 좀 더 일찍 배우지 못했을까. 이토록 재미있는 것을!’
아마 나는 어느새 꽉 차버린 내 나이에 얽매여 살았던 것 같다. 이미 지나버린 내 청춘, 인제 와서 배운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4주간 컴퓨터 수업을 들으러 배움터에 가는 동안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했고, 즐거웠다. 배움엔 나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해외에 있는 딸과 메일을 주고받는다. 메신저로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 때로는 속상한 이야기, 멀리 있는 딸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적다 보니 어느새 메일함에 딸과의 편지가 가득 쌓였다.
‘참, 행복하다고. 왜 좀 더 일찍 배우지 못했을까. 이토록 재미있는 것을!’ 용기 내서 컴퓨터를 배우기 참 잘했지 싶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