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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과 세종대왕 - 글. 김애일(십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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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발행 제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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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처럼 살포시 미소를 머금은 듯 오므린 꽃잎을 한 장씩 펼치며 아주 조용히 “봄이 왔어요.”라고 만인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눈으로 코로 마음으로 읽으라고 말입니다.
하얗고 소담스레 핀 목련꽃을 보면 아무리 시적 감각이 없어도 ‘와 참으로 곱고도 아름답구나.’ 꽃내음과 고상함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그러한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 올봄 어느 날 아침에 집 옆 공원에 운동하러 나갔습니다. 부지런히 걷는데 살랑바람에 꽃잎 하나가 사뿐히 떨어지는데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바로 내 앞에 수염이 길고 근엄하신 인품의 그분께서 곤룡포를 입고 사모를 쓰고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혹시 누군가 액땜으로 버렸나 아니면 주머니에서 이탈을 했나?
그럼 주워서 파출소에 신고하면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을까?
우두커니 서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천천히 걸어오던 60대의 아주머니가 “뭘 봐요. 그냥 주워가요.”라며 지나갑니다. 그래도 냉큼 줍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몇 발자국 걷다가 뒤돌아보니 팔을 휘저으며 오던 50대의 한 여성이 태연하게 주워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나중에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무뚝뚝하게 “바보”라고 했고 슈퍼 집 아줌마는 “돈 주우면 다른 것보다 사 먹는 거래요.”라고 했습니다.
그날 나 비록 바보 소리는 들었을지언정 그 돈을 주워서 맛있는 걸 사 먹었다 한들 맛있게 먹었을까요?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부끄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고 오직 내 마음이 떳떳하고 편안할 뿐입니다.
아마도 이 이야깃거리는 목련에 대한 숙제를 못 한 내게 글감의 소재가 되라고 짠하고 나타난 지폐 속의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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