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의 추억 - 최단비(산곡1동)
--
2017-10-27 <발행 제259호>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한 해의 결실을 맺는 풍요로운 가을처럼, 나 또한 고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취업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었다. 9월, 난생처음 ‘출근’이란 것을 하게 된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빠른 취업을 하게 됐고, 다행히 이번 명절은 친척들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망의 첫 출근일.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잠도 설쳤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감이 상당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첫 회의에 참석해 자기소개도 당차게 해냈다.
사수 선배님께 업무와 전화응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시받은 일을 하려는 그 순간,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헉! 분명 조금 전에 전화응대 하는 법을 배웠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쩔 줄 몰라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자니 결국 팀장님이 한소리 하셨다. “막내야. 전화 받아야지.” 나중에 다시 전화 받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 날은 하루 종일 전화가 안 오기만을 기도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의 나는 많은 게 변했다. 더 이상 전화 받을 때 떨지도 않고 말을 더듬지도 않는다. 실수 없이 척척 담당자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는 여유도 생겼다.
나는 지금 농사를 짓는 중이다. 내년 가을걷이를 위해 열심히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있다.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더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되지 않을까.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흙을 단단히 다져나간다.
나는 봄과 여름이 지나면 저절로 가을이 찾아와 추수를 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결실은 없다. 만약 쉽게 얻었다면 그만큼 잃어버리기도 쉬울 것이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