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수영장 - 서동연(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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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발행 제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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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베란다가 넓은 우리 집엔 올해 7월 초부터 ‘아빠 수영장’이 개장되었다. ‘아빠 수영장’은 거실 베란다에 위치해 있으며 파란색 색상의 길고 깊은 튜브다. 이용 기간은 7월~8월 말까지고 큰딸인 세은이와 둘째 아들 은우가 주 이용고객이다. 저번 주에는 8개월 된 막둥이도 물속에 퐁당 담가져 폴짝폴짝 30분 정도 이용했다.
‘아빠 수영장’이 개장되기 전 남편의 움직임은 매우 분주해진다. 땀이 많은 ‘아빠’는 윗옷을 벗고 왕자 복근이 아닌 둥근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불룩한 배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대형 튜브에 공기펌프질을 한다.
‘아빠’의 통통한 가슴엔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다. 곧 장마가 올 것 같다. 성격이 급해 쉬지 않고 성난 펌프질을 하며 죽어있는 풀장에 새 공기를 주입시켜준다. ‘아빠’의 표정이 일그러질 때쯤 죽어있던 풀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 공기를 마시고 점점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좋다고 옆에서 난리를 치며 풀장에 들이닥친다.
살아난 풀장엔 곧 생명수가 유입된다. 베란다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수는 철철철 미친 물김을 내뿜으며 풀장을 시원한 물로 채워준다. 성난 펌프질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낀 ‘아빠’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한다. 풀장에 따뜻한 온수를 채워주기 위해 큰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낸다. 쏴~ ‘아빠’는 그사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풀장에서 물을 보고 환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온수는 금세 채워지고 ‘아빠’는 괴력을 발휘해 온수가 가득한 큰 욕조를 낑낑대고 들고 가서 베란다의 차가운 물이 담긴 풀장에 온수를 쏟는다. 그렇게 네다섯 번의 반복적인 온수 채워 넣기를 하면 ‘아빠 수영장’이 완성된다.
‘아빠’는 거의 죽음 직전이다. 거실 바닥에 쓰러져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 사이 아이들의 물장난 소리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비록 몸은 혹사당하였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아빠’의 귀도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