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장 - 한상대(부평동)
--
2017-07-24 <발행 제256호>
인쇄하기
날이 더워지고 있다. 선풍기를 틀어도,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에어컨을 틀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고, 방문을 오래 열어두고 있자니 모기의 공습이 두렵다. 문득, 그 옛날에는 더운 여름날 어떻게 보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모기장이 떠올랐다. 모기장을 잊고 산지도 한 20여 년 되었다. 그래서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거 같다.
부모님은 목장을 하셨었다. 여름이면, 유난히 모기가 많았다. 분사형 모기약을 뿌려도, 모기향을 밤새 피워도 여기저기 물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읍내에서 커다란 모기장을 사가지고 오셨다. 난생처음 모기장에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파란 색깔에 촘촘하게 만들어진 망으로 작은 모기라도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일단 시험 삼아 모기장을 쳐 보자고 우리는 엄마를 졸라댔다. 우리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하시며, 엄마는 모기장을 펼치셨다. 정말 컸다. 방의 모서리를 골라 끈을 묶고 나니, 근사한 천막 하나가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삼 형제는 서로 먼저 그 안에 들어가 누워 보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꽤 넓었다. 어른 4~5명이 함께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였다. 이제는 한밤중에 깨어나 여기저기 가려워 긁는 일은 없겠지! 싶었다.
저녁을 먹고, 어둠이 사방에 내려앉을 때쯤, 모기장을 제대로 치기 시작했다. 6명의 식구가 함께 잠들기엔 방보다는 마루가 더 좋겠다는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서, 방을 벗어나 마루에 모기장을 치게 되었다.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합창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모기장 안에서 본 바깥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고,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자연 하나하나를 새롭게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모기 걱정 없이 잠이 들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