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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밥 - 한상대(경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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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발행 제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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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시작하며,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중에, 오랫동안 연락을 잊고 살았던 한 명의 친구가 생각났다. 인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먹고 살기 바빠서 전화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나이 40대로 접어들면,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바, 하루하루 사는 게 정신이 없었다. 불과, 몇 개월 안 지났을 거라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옛날 어르신 말씀대로, 한 살 한 살 먹게 되면 세월 지나가는 게 화살 같다는 표현처럼 시간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연말 핑계 삼아 참 오랜만에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그 유쾌한 말투와 목소리는 여전했다. 순댓국에 소주 한잔하자고 운을 띄워 봤다. 친구는 흔쾌히 응해 줬다. 대학을 입학해서 자주 만나던 곳이 순대국밥집이었던지라, 그쪽으로 만남의 장소를 정했다. 오랜만에 잡아 보는 친구의 손은 참 따뜻했다. 대학교 때는 손이 커서 한 손으로 잡기에도 버거웠었는데, 지금은 잡아 볼 만했다. 목소리는 그때와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해도, 세월의 흔적은 서로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주름도 더 많이 생겼고, 빠지고 있는 머리카락도 그랬다. 순대국밥을 말면서, 소주를 한 잔 두 잔 기울이면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자, 어느덧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삶의 팍팍함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열정 넘치고 혈기왕성했던 기억을 더듬게 되자,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졌다. ‘만나기를 잘했네!’ 늦은 시간까지 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세상을 살면서, 믿을 수 있는 친구 셋만 얻어도 훌륭한 삶이라고 하던데, 오랜만에 만나도 얘기가 통하고, 바로 어제 만난 사람처럼 정겨움이 묻어난다면, 그리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생각이 든다. 자주 볼 수는 없어도 인천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에 절로 행복해진다.


순대국밥을 말면서, 소주를 한 잔 두 잔 기울이면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자, 어느덧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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