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1번지에 단풍은 안 보이고…
-박현수(일신동)-
2015-11-25 <발행 제236호>
단풍나무는 안갯속에 꼭꼭 숨어 온통 보이질 않는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인류 최초로 등정한 전문 산악인 힐러리경은 왜 산을 가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 간다.’고 했다던가?
산이 거기 있어서 가야만 했고, 남부지방 아니 대한민국 단풍1번지라 해도 누구 한사람 이의 달 사람 없이 자타가 공인하는 내장산 옆 백암산 단풍 등반길에 올랐다.
연초 1년 계획으로 일찌감치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우리 산악회(부평자이 산악회:부자산악회)는 대형 관광버스 편으로 11월 14일 아침 06시 아파트 정문을 출발했다.
때가 김장철이라 집안 김장을 직접 해야만 하는 주부 대원들과 그런 일을 직간접 도와야만 하는 남편들이나, 또는 친인척 결혼러시 철을 맞아 거기 참석하느라 버스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인다.
전날 일기 예보에서 주말 비 소식에 약간은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정오쯤에는 개일 것이라는 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대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남쪽을 향해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차창에는 연신 내리는 안개비인지 이슬비인지가 물방울에 맺혀서 흘러내리고 있다.
천만다행 내장산 옆 백암산 입구에 도착하니 하늘이 개이지는 않았지만 비는 멈췄고 그 유명한 단풍1번지 거대한 단풍나무들의 새빨갛고 샛노란 잎사귀들이 우릴 반긴다.
그래 단풍이라고 다 같은 단풍이 아니어! 단풍에도 급수가 있고 이 정도는 되어야 단풍1번지 소리를 듣는 게야!
백양사를 거쳐 상왕봉 정상을 향하는데 중턱에 다다를 무렵부터 다시 안개비의 연속이다.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반라의 부끄러운 몸매를 보여주기 수치스러웠는지, 아니면 나 같은 필부에게는 지극정성이 부족하여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싫었음인지 암튼 단풍나무는 안갯속에 꼭꼭 숨어 온통 보이질 않는다.
상왕봉을 거쳐 출발지 주차장에 등반 5시간 만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그치고 지나온 뒤쪽 산에는 구름 모자를 쓴 봉우리들이 아슴푸레하게 보인다.
다음 내장산 백암산을 찾을 때는 더욱더 공을 들이고 지극 정성적인 생활을 해서 산 밑의 환상적인 단풍과 함께 그야말로 산 전체의 단풍을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경 차에 몸을 싣는다.
※ 부평사람들 제235호 독자 투고란에 글이 실린 박경애님은 소정의 원고료(전통시장 상품권)를 보내드릴 예정이니 ☎ 032-509-6394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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