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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이주영(산곡동)-

2015-10-07  <발행 제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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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동요의 가사다. 이 가사의 내용처럼 그때는 우리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야속했던 적이 많이 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정말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생각이 난다.
세월이 흘러 지금 나는 어른이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날마다 징징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오랜만에 이 동요가 생각이 났다. 나는 과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일까.
아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흡사 아이들은 투명한 유리구슬과 같아서 그 마음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 때문에 징징거리고 무엇 때문에 토라져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읽어줄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마음을 외면해 버릴 때가 많았다.
해 달라는 대로 해 주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까 봐 조바심내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그토록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걸까. 늘 바쁘고 분주한 일상 가운데 아이들이 내 삶에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박자만 더 늦게, 한 발자국만 더 천천히 가자고 다짐을 했다. 과거 내가 아이였을 때 옆에 있는 나는 봐 주지 않으면서 앞만 바라보고 갔던 어른들이 야속했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내가 먼저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내가 먼저 두 팔 벌려 안아 주기로 했다.
주말이면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외출했던 것과 달리 두 아이의 손을 이끌고 모처럼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끄럼틀을 타고 공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아이들은 연신 해맑게 웃었다. 그 자리에는 집안에서 독불장군처럼 군림했던 어른은 없고, 아이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어른이 있었다. 나는 이제 꽤 괜찮은 어른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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