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담배야
-김성곤(부평1동)-
2014-09-24 <발행제222호>
“저, 미안하지만 여기서 담배를 피우시니까 연기가 베란다를 통해 다 들어오네요.” “죄송합니다.”
아파트 복도에서 피우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비상계단 창 옆에서 피웠는데 연기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갈지 몰랐다. 손가락 끝으로 담배 똥을 톡톡 쳐서 담배를 끈 후, 눈인사한 뒤 죄인이 된 기분으로 아파트 밖을 나가 담배 한 대를 더 핀다. 숨이 조인다. 거기다 담배 연기 한 모금 쭉 들여 마시니 더욱 숨이 조이는 것 같다.
담배를 맛으로 피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담배는 피우는 순간 중독이 되어 그냥 습관적으로 핀다고들 한다. 금연도 실상 그냥 참는 거다. 끊는다고? 웃기지 마라. 가끔, 30년 전에 담배를 끊은 한 아버지가 어떤 심각한 일 때문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는가? 담배를 입에 처음 물었던 순간, 담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리는지 모른다.
내가 가는 도서관은 전체가 금연 지역이다. 덕분에 도서관 입구가 꽁초와 연기로 몸살을 앓는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입구에서도 흡연을 단속하고, 흡연 뒤에는 냄새가 지독하니 10분 뒤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올라온다. 하긴, 내가 보기에도 너무 지저분하고 흡연자들 냄새 장난 아니다. 저런 몰상식한 자식들 때문에 선량한 흡연자가 피해를 본다는 원망도 들지만, 담배가 원래 그런 거다. 몸도 마음도, 주변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게 담배다. 앞으로도 흡연자에 대한 압박은 계속 ‘진격’할 분위기다.
80년대에는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꽤 있었다. 시외버스에는 아예 좌석 뒤에 작은 재떨이가 붙어있던 환상적인 시대도 있었다. 이제 그런 꿈같은 시절은 안 온다. 절대 다시 안 온다. 이제 담배를 피워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과 눈치 보며 담배를 피우는 스트레스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곧 역전될 거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제는 오래된 연인을 보내듯이 담배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더는 봉변당하지 말고 담배를 떠나 보내줍시다.
잘 가라~ 고마웠다(??..)
담배야, 안녕!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