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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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6 <발행제219호>
이부자(계양구 동양동)
겨울바람에 자리끼까지 얼어붙을라치면 빈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민초들은 더욱 추워 야만 했다.
뉘엿뉘엿 빨랫줄 위로 묘기 하듯 짧은 해가 숨어버릴 즈음, 동네 아낙들과 배고파 자라지 못한 여자애들은 자신들의 배고픔만큼이나 큼직한 그릇 하나씩 들고 담벼락에 적어둔 날짜를 용하게도 기억했다가 너른 빈터 한가운데로 모여든다.
바람보다 더 시린 현실의 냉혹함이 세차게 가슴을 후비는 날
누가 만든 줄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꼬불꼬불 자신들의 몸으로 생명 같은 人 줄을 만들어 세운다.
낡은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위세도 당당하게 들어와 주린 영혼들을 향해 먹이 주듯 부강한 나라 양키들이 먹다 버린 배부름의 찌꺼기에서 걸쭉한 부산물을 들춰내 고수레 하듯 먼저 땅 위로 던져진다.
고기라도 든 날에는 좀 더 비싸게 그렇지 않은 날에도 헐값이 아닌 그들의 피 같은 자존심과 맞교환이 된다.
코쟁이 배부르므로 쏟아놓은 잔반에서 태우다가 만 디럭스가 배영을 하고 질겅거리다가 뱉은 페퍼민트 향기를 덧입은 껌 쪼가리를 찾아야 하는 슬픈 눈빛들이 별처럼 빛이 난다.
집집이 똑같은 냄새로 차려진 식탁은 하얀 소다 한 술이 유일한 양념이 된다.
연탄불이 소독을 해준다.
그리고
그리고,
15촉 전구 불 아래 모처럼 풍요로운 저녁의 배부름이 뒹군다.
2014년 6월 2일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