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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작은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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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발행제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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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워진 요즈음 그 할아버지는 건강히 잘 계실까?
동네에서 항상 재활용 종이를 모으시던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약 5년 전. 우리 동네에 철학관 하나가 생겨난 걸 보고 작은 티슈를 사 들고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동네에서 교회를 하는 사람인데 작은 선물 드리려고 왔어요.”라며 인사드리자 알겠다는 듯 미소 지으며 자리를 선뜻 내어 주셨다.
할아버지는 약 30년이 넘게 철학관을 하셨고 40대에 사랑하는 아내를 눈앞에서 잃는 아픈 과거까지, 처음 보는 내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언젠가는 교회에 나가야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다음에 또 와서 차 한잔 하며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철학관에 들러서 “할아버지 오늘 교회에 오셔서 함께 식사해요.”라고 했더니, 정말 교회에 나오시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할아버지는 식사를 해결하시는 것이 큰 고민이셨단다. 자녀들이 효자여서 매월 용돈을 드리긴 하지만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게 힘이 드셨다고 하셨다.
우리 부부가 매주에 한 번씩 찾아뵙고 음식을 갖다 드리고 섬기면서 약 5년이 지난 어느 날, 할아버지 몸에 경미한 뇌졸중이 찾아왔다.
나는 자녀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얼마 안 되어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 요양원으로 가시는 날 마지막 주일 아침에 그날따라 일찍 교회에 오셨길래 나는 정성껏 아침밥 상을 차려 드렸다.
할아버지는 5년 동안 우리와 함께하시며 어린애처럼 떼를 쓰기도 하시고 고집불통으로 우리 마음을 속상하게 하실 때도 있었지만, 이미 깊은 정이 들어 있었다.
“사모님이 해 주시는 반찬은 늘 맛있습니다.” 어눌해진 발음으로 칭찬해 주시던 할아버지는 경상도 어느 요양원으로 가셨고 몇 개월 뒤 전화가 왔다.
“목사님, 사모님 보고 싶어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잘 지내시는 듯한 목소리셨다.
점점 더 고령화 시대가 되어 노인 10명 중 5명은 저소득층으로 외로움과 생계문제로 노인자살률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곳 부평4동의 문제이기도 하리라. 우리 교회가 이곳에 있은 지 1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자립이 되지 않아 이 지역사회를 위해 큰 봉사는 못 할지언정 이 할아버지처럼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을 품고 봉사할 수 있는 것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김운임(부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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