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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목화솜 이불

-이순오(산곡1동) -

2013-0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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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목화솜 이불

"저기 하얀 비닐하우스 보이지?
거기가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목화를 심으셨던 밭이란다."
얼마 전 친정어머니의 69번째 생신을 맞아 친정집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께서는 건너편 비닐하우스를 손짓으로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다.

외가는 친정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맞은편에 있다.
50여 년 전 외할머니께서는 수년간 목화를 재배하셔 모은 목화솜으로 이불을 만들어 우리 어머니 시집을 보내셨다.

한 번도 덮지 못한 채 장롱 맨 아래 칸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목화솜 이불을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번에 끄집어내셨다.
풀 먹여 다듬이질 한 빳빳한 흰 광목을 벗겨 내니 군데군데 검은 목화씨가 박힌 목화솜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3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자그마한 체구에 언제나 쪽 찐 머리에 비녀를 꽂고 다니셨었는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던 날 어머니께서는 내게 새하얀 소복을 입혀 주셨다.
가난했던 그 시절, 소복도 새 옷이랍시고 철없이 좋아하며 탈상이 끝난 후에도 벗는 걸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외할머니의 체온이 느껴질 것만 같은 목화솜을 틀어서 주문한 이불이 도착했다.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고민도 되었지만 70을 바라보시는 어머니께 외할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해 드리고 싶었다.
화려한 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는 빨간 꽃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불타는 이불을, 영원한 핑크 공주인 나는 핑크와 보라가 키스하는 달콤한 이불을, 아직도 유아 티를 벗어나지 못한 딸아이에게는 노란색 병아리 이불을 주문했다.

외할머니의 딸 사랑이 증손녀인 내 딸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늘 밤 이 이불을 덮고 꿈속에서 그리운 외할머니를 꼭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를 목화솜 이불보다 더 따뜻하게 안아주실 것 같다.
이불을 받고 나면 어머니께서는 외할머니 생각에 많이 우시겠지?
어머니를 달래 드리는 건 아버지의 몫으로 넘기고, 난 두 분이 변치 않는 목화솜처럼 따뜻한 사랑 나누시면서 오래도록 행복 나누시기를 빌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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