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부
-2012년은 결혼 43주년이 되는 해-
부 부
우리는 만났다. 푸르른 감수성으로,
좋은 마음 좋은 생각으로.
우리는 사랑했다. 가슴 가득히 젖어드는 그리움 뜨겁게 솟구치는 그리움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그냥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된 사람
우리는 결혼했다. 잘 살자고 영원하자고,
한곳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희망으로.
우리는 갈등했다. 인생을 허무하게 만드는 그의 배신, 막막함의 현실 사이에서 괴로웠다.
나의 삶을 감당하며 견뎌야 했다.
결혼 생활이란 나 혼자만의 의지, 수고, 결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세월의 두께만큼 삶이 무거웠다.
세월이 많이 지나는 동안 비오는 소리에도 바람 부는 소리에도 얼마나 외로웠던가.
그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음을 감사하면서.
뒤늦게 우리는 깨닫는다. 참사랑은 큰 양보, 작은 바람이며 갈등이 아닌 굳은 의지인 것을.
사랑하며 살아도 아까운 세월, 보다 아름답게 보다 깊게 사랑하며 소중히 살자.
세월가면서 인생은 깨우쳐지는 것. 사랑은 미움보다 높고, 이해는 분노보다 깊은 것을.
이제는 원망도 성냄도 잘 조율하며,
아픈 기억보다는 사랑했던 추억들을 새기며 곱게 벗하며 살아야지.
지금 내게 있는 이대로를 용서하며, 감사하며, 사랑하며 살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내생애 최고의 선물로 온 우리를 꼭 닮은 1남2녀 자식들과 많이 사랑하며 희망찬 날을 살리라. 사랑의 시작은 20대의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사랑의 완성은 60대의 배려에서 왼성 된다는 것을. 나이 먹는 늙음을 잘 받아들이며, 나이들어 가면서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를 만들어가며 괜찮게 늙어가야지. 오늘따라 우리 집 마당 대나무위에 소나무위에 하얗게 내린 눈이 더 근사해 보인다. 마음을, 생각을 바꾸니 더 없이 행복하다. 이제부터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랑을 하리라.
2011년 그의 손 놓지 않고 또 한해를 보낸다.
2012년 그의 손 꼬옥 잡고 또 한해를 맞는다.
2012년 1월 설날에
민춘일 (산곡3동·연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