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만들다 응급실에 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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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추석도 이른데다 지난여름 비 피해 때문인지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라 어느 때보다 힘든 명절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무거운 게 사실이다.
내 어릴 적 추석은 평소에 대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명절이기에 맛볼 수 있는 풍성한 음식 때문에 마냥 즐겁기만 했었다.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로서 더 이상 달콤한 휴식이 아닌 성숙한 어른이기를 강요당하는 조금은 머리 무거운 날이 되어 버렸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송편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송편을 빚고 있는데 갑자기 세 살 난 딸아이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코 쪽을 가리키며 발음도 부정확하게 자꾸 ‘코에 콩이......’하면서 우는 것이다.
콧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쪽 깊숙이 까만 콩 하나가 쏙 들어가 있다. 송편 속에 넣을 콩을 삶아 식히느라 한쪽에 두었었는데 사촌들과 이걸 가지고 던지며 장난치고 놀다 그만 아이의 콧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콧속의 콩은 울면 울수록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리고 핀셋으로 뽑다가 도저히 안돼서 결국 읍내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되었다.
웃음을 참으며 콩을 뽑아내는 의사와 간호사 옆에서 내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결국 어렵게 콩을 빼서 보니 콧속에 들어간 콩은 팅팅 불어 잘못하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것이다.
유별난 딸아이 덕분에 지난 추석은 오래오래 생각날 것 같다.
조경희 (굴포로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