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굴곡진 세월, ‘붕괴위험’ 안고 사는 주민들
-십정동 주거환경개선지구를 가다-
2015-03-25 <발행 제228호>
"애끓는 마음...
언제쯤
이곳에 희망이 보일까요"
십정1동 216번지 일원. 행정구역상 12~25통에는 2천6백여 세대, 5천8백60여 명이 살고 있다. 얼핏 보면 추억이 되살아나는 정겨운 마을이지만 골목길을 조금만 누비다 보면 곳곳이 애환과 시름으로 다가온다.
이 마을은 1968년 무렵부터 구도심 철거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형성됐다. 신덕촌, 부흥촌 등 일정 구역을 만들고 이웃하며 살아오다 1970년대 후반, 각 개인소유의 땅이 됐다. 그렇게 근 반세기를 지내오다 보니 풍경 속엔 지나온 세월만큼 낡고 굴곡진 곳이 가득하다. 주택 대부분이 비탈에 자리한 채 노후로 인한 균열로 붕괴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너진 계단은 걷기에 불편하고 빈집이 많아 화재 발생 위험도 크다.
16통 통장 양학연 씨는 “16통만 해도 빈집이 삼 분의 일이나 되다 보니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넘치고 우범지대로 청소년의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이에요. 담벼락과 집안 천장이 무너져 내린 집도 여럿이죠.”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쏟아지는 햇볕을 제외하곤 눈, 비마저 이곳 주민들에겐 걱정거리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곳에 공동주택을 건립하기로 한 시기는 2006년이다. 계획대로라면 2014년 12월까지 완공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구와 주민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위험요소를 알리고 사업을 촉구해 왔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LH 사장에게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서한문을 수차례 발송했으며, 아예 주거지를 십정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옮겨서 생활하고 있다. 위험에 놓인 동네가 개발될 때까지 근접거리에서 주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LH 본사를 방문하고 본부장과 면담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LH의 재무상황 악화와 낮은 수익성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찬구 십정2주거환경개선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공기업마저….”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차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다만 그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안전 불감증과 안이한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슬픔을 이미 겪었다. 물질에 앞서 꼭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지숙 취재기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