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6학년”
-상정중학교 실버한글교실 이야기-
2014-11-25 <발행제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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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한글교실’은 2008년 상정중학교 개교와 함께 시작됐다. 정진영(전 초등학교 교사) 교사가 은퇴 이후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65~84세)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매주 3회 한글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할머니들의 한글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어느 수요일, 가을 햇살이 숨어든 따스한 교실에선 수업이 한창이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학생들은 20여 명 남짓. 할머니들의 머리 위엔 세월과 함께 흰머리가 더해졌고 교과서는 1학년에서 6학년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토론까지 진행할 만큼 실력이 자라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처음엔 한 글자도 몰라 주눅이 들어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때 선생님을 보고 포기할 마음을 접었는데 지금은 글을 읽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김말삼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가 터지자 김종순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은행이나 택배를 보낼 때 남편을 통하지 않고 내가 다 처리해요. 늦은 밤에 공부하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박영자 할머니는 “딸에게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는데 이젠 글을 아니까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나 편지를 주고받아요.”라며 딸이 엄마에게 받은 첫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설레듯 얘기했다.
정 교사는 “이분들의 불편함이 많이 해소됐어요. 무엇보다 생각이 바뀌고 모든 면에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졌죠.”라며 학생들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뒤늦게 배움을 시작한 주름진 학생들의 얼굴이 오후 내내 햇살 속에서 기쁨으로 빛났다.
/ 김지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