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만든 ‘책 읽는 벤치’
-“우리 함께 책 읽어요”-
2014-05-23 <발행제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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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중생이 집에 있는 책들을 바구니에 챙겨 내놓아 마을 주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연지(산곡여중 3) 양이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한 연지 양은 ‘많은 사람이 함께 책을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올려놓고 실행할 방법을 고민하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책 읽는 벤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절대적인 후원자가 되어준 건 든든한 오빠 태양(부평고 2) 군이었다. 김 군은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아파트 앞 벤치 위에 책 바구니를 내다 놓는다. 해 질 무렵 하굣길에는 연지 양이 북벤 바구니를 거두어 집에 들여 놓고 내일 나눌 책을 골라 넣는다. 이렇게 남매의 ‘북벤’ 일과가 마무리된다.
연지 양은 “인문학 담당 선생님이 ‘책 읽는 벤치’에 관한 소개와 블로그를 추천해 주셔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라며 신기해했다.
책을 공유하기 시작하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은 그 모습을 상상하며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어머니 이현숙 씨는 “처음에는 책이 없어지고 말 텐데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반대했었지요, 그런데 오히려 책이 몇 권 더 불어나고 책을 빌려 간다는 사람들의 연락도 받으니 정말 신기했다.”라며 “지금은 문자나 전화를 받는 일을 담당하며 지지하고 있다.”라고 대견스러워했다.
‘책 읽는 벤치’ 부평 1호를 시작한 김연지 양은 “인문학을 시작하고 삶의 주체인 자신을 많이 생각하고 변화돼서, 어른들도 함께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호응하는 친구들이 있어 곧 부평 10호까지 전파될 것 같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 정복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