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길을 찾다
-함봉산 둘레길을 만든 산할아버지 김영환 씨-
2013-06-25 <>
함봉산은 봉우리에서 호랑이가 큰소리로 부르짖는 산이라고 한다. 부평도서관(부평3동 소재) 옆길로 올라 용포약수터, 숲 속 도서관을 지나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로 이어진다.
2008년부터 함봉산 둘레길을 만든 김영환(83·산곡3동) 씨를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수염이 하얗게 나 여느 유행가 가사처럼 구름 모자를 쓴 산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김 씨는 “몸이 매우 아팠다. 더욱이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 받다 퇴원해 갈 곳이 없었다. 이대로 그냥 죽기 전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산에 올랐는데 사람들이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며 부평구 주민을 위해 2년 반에 걸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로지 길 만드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강지영(53·산곡4동) 씨는 “둘레길을 만들어 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일주일에 서너 번 함봉산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치유의 길을 걷는다.”라며,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서 보기 좋다고 했다.
지난 4월, 몇몇 주변 사람들이 모여 김영환 씨의 뜻을 기리기 위해 비(碑)를 세웠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김 씨를 만나면 행운을 만난 듯 기념비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맛있는 간식도 함께 나눈다.
단 하루를 살아도 기쁘고 즐겁게 살자고 마음먹으니 저절로 병도 낫고 건강해졌다고 하는 김 씨는 1.5km 길을 손수 만들고 3km 길을 다시 만들고 있다.
“산이 은인이고 나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자식들은 알아서 잘살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없다. 여러 사람이 둘레길을 걸으며 건강해지고 즐겁게 살면 된다.”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배천분 명예기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