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 귀한 존재, 귀한 내 자식들이지요
-며느리들에게 시어머니가 보내는 사랑의 편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문득 어느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어느 날 큰아들 김삼중(43·산곡4동) 씨가 백만 원을 선뜻 내 놓으며 여자들만의 여행을 주선했다. 늘 가족을 위해 자신들은 뒷전인 며느리들을 위한 배려였다.
그렇게 해서 여인들은 모든 일상을 훌훌 털고 동해바다를 향해 길을 떠났다. 시어머니와 4명의 며느리 그리고 딸이 동행했다. 동해 바다는 그녀들의 일탈에 손색이 없었다. 흰 파도와 갈매기는 한가로운 춤사위로 환영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해변도로를 달리며 달콤한 여행을 즐겼다.
여행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온 시어머니는 조용히 며느리들을 불러 흰 봉투를 한사람씩 나눠줬다. 며느리들은 어머니께서 금일봉을 주시는가 보다 하며 봉투를 받아들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과 함께 시어머니가 손수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내용은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격려와 위로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한눈에도 시어머니가 며느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가 절절히 전해지는 내용이었다. 그저 감사한 맘으로 받았던 며느리들은 뜻밖의 선물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며느리들의 각자 소감을 들어보았다. 첫째 강정희 씨는 “어머니의 편지를 본 순간 울컥 했습니다. 맏며느리로서 아랫사람들 아우르고 시부모님 모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하시는 말씀에 그동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부모님이 있어 든든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둘째 조정숙 씨는 “새삼 시어머님의 깊은 뜻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님의 편지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시’자가 들어가면 다 싫어하는데 우리 집은 다릅니다. 서로 돕고 협력하며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셋째 전순옥 씨는 “어머님 감사합니다. 평소 자상하시고 늘 며느리들 편에서 이해하고 감싸주셨지만 이렇게 일일이 마음과 정을 담아 편지까지 써 주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로 남편과 아이들 잘 보살피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넷째 황순임 씨는 “막내라고 어리광만 부렸는데 나무라기보다는 이해하고 감싸 주신 것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편지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 감동 계속 이어가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며 모두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규춘(75) 할머니는 “다들 자기네 집에서는 귀하고 귀한 자식 아닙니까? 잘 길러서 보냈으니까 귀한 내 자식들이지요. 여자는 결혼하면 자신보다는 남편과 자식이 먼저고 자신은 없지 않습니까? 며느리들한테 각자 다 귀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며느리들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내 마음을 표현했는데 아이들이 감동하고 행복해 하니 나도 행복합니다.”
핵가족화로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족의 소중함이 희미해지는 요즘, 이들의 가족사랑은 이웃의 훌륭한 귀감이 되고 있다.
김수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