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하나로 꿈을 품은 흰머리 소녀들
-상정중학교 실버한글교실-
인천상정중학교(교장 이영우)에는 특별한 교실이 있다. 교문에서 제일 가까운 1층 교실이다. 이곳에서는 서툴지만 열정 하나로 꿈을 품은 흰머리 소녀들이 책을 읽으며 공부에 열중이다. 교육의 기회를 놓친 부평구 일대 어르신들께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학습기회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실버 학생들도 체육대회 및 소풍, 학교축제 등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참가하게 해 학창시절에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역을 골고루 체험하게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반장 이순자(70) 씨는 “평생 한을 풀었다. 처음 교문을 들어서는데 가슴이 뭉클한 것이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겨우 내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어 선생님과 학교에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귀순(76) 씨 또한 “학교에 오면 동심으로 돌아간다. 늘 즐겁고 행복하다. 한글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행복해 했다. 김연숙(58) 씨는 “늘 공부시간이 기다려진다. 소망이 있다면 열심히 익혀서 꼭 남편한테 잘 쓴 글씨를 자랑하고 싶다. 은행에 가도 남의 손을 빌렸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내 손으로 은행 일을 본다.”며 뿌듯해 했다. 소풍전날 가슴이 설레 한잠도 못자는 것은 여느 학생들 못지않다. “체육대회 때 아이들과 뛰놀다 보면 꿈 많던 어린 시절로 돌아 간 것 같다.”며 밝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정진영(77) 선생은 “학생들이 처음 왔을 때는 이름도 잘 쓰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교육은 변화다. 물론 한글 공부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격수양도 겸비하고 있다. 잊고 살았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상정중학교 실버한글교실은 교육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께 만학의 기쁨을 드리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센터로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어르신을 공경하는 ‘효’실천에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수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