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칼럼] 우리가 믿는 미래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
-홍미영 부평구청장-
2016-04-25 <발행 제241호>
모처럼 수학여행으로 들뜬 학생들과 많은 여행객을 태우고 인천항을 떠난 세월호가 물살 사나운 진도 앞바다에 어이없이 침몰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선원의 말을 믿고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배와 함께 수장된 학생들의 부모는 “숨 쉬는 것도 미안해.”하며 비통함에 몸부림쳤고, 침몰상황을 TV로 지켜봤던 많은 국민은 어린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간절히 기도했다.
배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잠겨가던 2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무능과 무기력을 처절히 반성하며 약속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우리는 그 약속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부끄럽게도 거의 없다.
세월호는 아직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고, 희생자 304명 중 실종자 9명은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있다. 그날의 진실, 책임에 대한 문제는 세월호 특별법과 진상조사 특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해 미궁에 머물러있고 희생자 추모와 지원 대책도 애끊는 슬픔과 분노를 치유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정하고 국민안전처도 새로 설치했지만, 그 역시 아직 성과는 미지수다.
오죽하면 참사 2주기 국민여론조사에 응답자 80%가 세월호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현재진행형 사건이며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겠는가.
부평구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며,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제7조, 34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겼다. 재난은 수습이 아니라 예방이 중요한 만큼 지역 곳곳 현장에 직접 나가 위험한 곳은 없는지, 안전대책은 잘 마련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부평안전체험관에 시설을 확충하여 민방위대원뿐 아니라 시민과 학생들도 생생한 체험훈련으로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위해 CCTV 개선 및 확충, 통합관제센터 설치 운영을 경찰과 함께 강화하는 한편 여성안심존, 어린이 안전지역 지정, 여성이 편안한 500보 사업, 재개발지역 빈집관리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안전 대책을 마련해가는 부평구의 갈 길은 먼 데 열악한 재정 형편상 안전 예산 확충이 큰 어려움이다. 중앙 정부가 가난한 지방정부의 안전 예산 편성에 우선순위로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최근 미국 어느 대선후보의 구호는 ‘우리가 믿는 미래(The Future we believe in)’라고 한다. 부평구의 지속가능발전 방향과 공감되는 표현이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 다음 세대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래…. 우리가 믿는 미래는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때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이리라.
부평구청 어울림 마당에 올해도 세월호 추모 제단을 마련했다. 그리닝 돔(폐자전거바퀴로 만든 지구모형물)에 주민들이 노란 리본과 노란 종이배에 추모의 글을 써서 걸고 있다. 최근에는 배가 침몰하기까지 101분간의 상황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700쪽에 꼭꼭 담아 갈무리해놓은 ‘세월호, 그날의 기억’을 비롯하여 여러 책이 발간되었다. 또 인천시 세월호 희생자 추모관도 부평가족묘지공원에 건립되어 개관한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을 위해 있고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4월 16일 침몰해가던 세월호 안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준, 잊지 말아야 할 과제이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른으로서 그리고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빚어내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 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중략>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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