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읽히는 시 남기고 싶어요” -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재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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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7 <발행 제230호>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받아 놀랐고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지난 3월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가 주최한 제7회 신춘문예 신앙시 공모에서 이재창(66·부개제일교회담임목사) 씨가 4천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시를 써왔다.
“목회 활동을 하던 어느 날 신도들에게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고자 주보에 칼럼을 실었어요.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예쁘고 바른 마음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그러다 이야기의 한계를 느껴 자연 등 생명체를 소재로 시를 쓰기 시작했죠.”
그는 2009년, 습작 시 1백여 편을 묶어 시집을 내기도 했다. 이번 당선작(빈 의자) 역시 그동안 쓴 시 중 하나다. 심사위원은 그의 시에 대해 ‘현란한 수사나 과장된 표현 없이도 경건함이 느껴지는 묘한 여운이 있다.’라고 평했다. 그 역시 쉽고 감동을 주기 위한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 글 속에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글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그의 마음은 소외된 이웃을 향한다. 그가 창단한 ‘참사랑어울림봉사단’의 활동을 보면 이를 엿볼 수 있다. 5년 전부터 활동을 이어온 참사람어울림봉사단은 지역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1주일에 한 번 노래와 운동, 한글, 영어, 컴퓨터 교육, 식사 등을 제공한다.
“대부분 어르신이 나라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지금은 소외되고 외롭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 봉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라고 말했다.
/ 김지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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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자
- 이재창
가을이 노랗게 떨어진
늙은 은행나무 아래는
휑하니 비어있는 의자 하나
낮은 몸 잔뜩 구푸린 채
낯선 이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린 것일까
녹슨 다리에 굽은 허리
색 바래 검버섯 피어있고
한쪽 귀퉁이는 이미 썩어
흉하게 내려앉아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탕자를 기다리던 아버지처럼
오지도 않는 이를 기다리다
홀로 늙어버린 빈 의자
방황하는 젊은이라도
삶에 지친 가장이라도
짝 잃어 외로운 노인이라도
누구든지 받아주고 싶은 데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는 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더 늙어 보이는 빈 의자엔
가을햇살만 노랗게 내려와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다
기다란 그림자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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