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이정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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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시골 외딴곳에 축사를 짓고
황소 같은 형부를 따라
소를 키우며 살고 있는 작은 언니
엄마 생일이라고
올라온 작은 언니 보따리에
신문지 둘둘 말린 두릅 한 봉지
펼쳐 놓자 향기가 가득하다.
이른 봄날
제일 먼저 얼굴을 내밀고
서슬 퍼런 가시를 세워 지킨 향기
옹골진 작은 언니와 닮아 있다.
팔순 노모
환갑 나이에 가까이 다가 선 큰언니
고단한 오십 고개 바로 넘어선 나
오후 네 시,
네 여자가 둘러앉은 행복한 밥상
너무도 닮아 있는 유전자
지난 6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제21회 부평구 여성백일장 대회’수상자들의 시상식이 있었다. 수상자 중 시 부문 장원은 부평구청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인 이정숙(52) 씨가 차지했다. 그를 구청사 1층에서 만나 보았다.
수상소감은
나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결과인 것 같아 기쁘다.
이번에 쓴 시의 내용은
엄마 생신날 작은언니가 신문에 싼 두릅을 가지고 왔다. 신문을 열고 꺼내는 순간 두릅향이 방안 전체에 퍼졌는데 가시를 세워 향기를 지키는 모습이 행상을 하시며 5남매를 키우신 엄마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런 엄마와 어느덧 엄마를 닮아 있는 우리 형제들의 모습을 그렸다.
평소 글쓰기는 어떻게 하고 있나
글 쓰는 것을 딱히 배운 적은 없지만 좋아하고 느낌이 떠오르면 바로 쓰는 편이다. 또 한 달에 7~8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읽은 후에는 인상 깊은 구절이나 단어 등을 나만의‘이미지 사전노트’에 저장해 놓는데 그 노트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공무원으로서 글쓰는 것과 민원인을 마나는 ㅣㄹ은 어떤 과계가 있을까
사회복지를 전담하고 있는데 사실 이쪽은 대부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런 분들께 지침대로만 업무를 수행할 수만은 없다. 지침상 안되는 경우라도 이해를 바탕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감성적인 면이 필요하다. 감성적인 부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거치는 동안 쌓이게 되는 것 같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주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 여성들이 훌륭하고 아름다운데 스스로 그 가치를 모른 채 단조롭게 살아가는 것 같다. 내 속에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삶의 활력소가 되는 어떤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백일장이든 독서든 그것이 씨앗이 되고 용기와 도전이 보태져 자신의 영역을 넓고 깊게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살고 싶은 흔적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 20년의 사회복지 경험서도 좋고 시집도 좋다.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보고 싶다.
김지숙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