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의 몸이지만 일상이 된 이웃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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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차에 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가 된 김종태(삼산동.47)씨. 자신의 몸도 불편한 상태로, 누가 어떻게 아픈지 그분들이 살아온 역경까지 세세하게 알아 챙기며 10여 년째 반장일을 해왔다. 그런 김씨를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구동성 한 목소리를 낸다.
“이 지역은 인간시대의 주인공들이다. 마음의 상처도 많고 소외된 이들이 많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에 도와주고 있다. 예민하여 조금만 부딪쳐도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있기에 외면 할 수 없다”는 그가 하는 일은 건강한 사람도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일이 대부분이다. 기척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신 분, 비관 자살자 14여명의 장례식을 치러 주기도 했다. 때론 미쳐 발견하지 못해 썩은 시체도 만졌다. 휠체어가 현관의 턱을 넘다 넘어져
응급사태가 발생된 일도 다반사다. 29세 건장한 나이에 하반신마비가 된 자신을 돌보아 주셨던 어머니마저도 몸져누워 자신이 돌보는 상태다.
“어머니 돌보는 일이 처음에는 정말 짜증나고 힘들었지만,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요. 자신이 건강해서 돌봐 드려야 하는데...” 말투도 표정도 움직임도 어눌한 어머니 얼굴을 쓰다듬는 김씨는 눈물을 글썽인다. “복용하는 약은 늘어나고 있는 상태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식이 없는 노인들을 돌봐 주는 일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김씨의 말에 또 한 번 진한 감동이 일어난다.
김혜숙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