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을 찾다 !
-리폼 & 재활용의 달인 김수경 씨-
1. 버려진 가구에 한지를 덧 바른 후 커피로 색을 칠하고 락카로 마무리한 가구. 오래된 앤티크 가구의 느낌이 나는 서랍장 앞에 선 리폼 달인 김수경씨
2. 싱크대의 변신은 무죄. 19년 된 싱크대의 얼룩진 상판에 자주색 큐빅시트지를 붙이고 남은 자투리를 활용해 밋밋한 싱크대 문에 모양을 냈다.
3. 벽면에 천을 붙이고 버려진 문의 문살을 떼어내 장식했다. 흰색 페인트를 덧칠하여 깔끔하게 마무리.
4. 오래되어 갈라진 가죽소파가 새옷을 입었다. 마름질할 때 소파의 각 부분 치수를 정확하고 딱 맞게 재어야 팽팽하고 보기 좋은 모양이 나온다.
현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자작나무 두 그루가 방문자를 반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액자 속 사진이 아닌 시트지 그림이다. 이 집의 주인은 바로 김수경(51. 산곡동)씨. 재활용과 리폼의 달인이라 불리는 그의 집엔 돈을 주고 산 물건이 별로 없다. 모두 김씨의 손길을 거쳐 리폼이나 재활용 된 물건들이다.
“손때 묻은 게 훨씬 좋죠. 비싼 돈을 들여 집을 꾸미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집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독특하면서도 새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많다. 시트지와 한지, 천만 있으면 가능한 물건들이다. 최근 김씨는 19년 된 싱크대에 시트지를 활용하여 최신스타일로 변신시켰다.
아파트 내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대나무의자는 겉 천을 뜯어 살짝 만져 주니 이웃들이 탐내는 물건 1호가 됐다. 밋밋한 장식장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목공소에 들러 나무를 깎아 만든 다리에 한지를 붙이고 가구에 달아 한층 품격 있는 가구로 재탄생시켰다. 그 위엔 쓰레기장에 방치됐던 도자기가 광택을 발하며 자태를 뽐낸다. 역시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옹기들도 올망졸망 화분들 틈에 끼어 정겨움을 더해준다.
거실과 현관입구는 인테리어 전문인의 손길이 닿았다 해도 손색없을 만큼 디테일한 멋을 자랑한다. 이 역시 버려진 문살이 이용됐다. 소파와 침대커버, 쿠션 등은 동대문에서 직접 구입한 천이 사용됐다. 침대커버의 경우는 자투리천만을 이용했지만 시중 물건과 다름없어 보인다.
물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가족들과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오히려 집에서 먹는 걸 즐긴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날엔 계절과 분위기를 고려해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식탁보 중 한 개가 깔린다. 식탁보 위엔 집에서 가장 예쁜 그릇에 정성껏 만든 음식이 담겨 가족들의 입맛을 당겨준다. 가족들은 김씨가 연출한 식사 분위기를 여느 레스토랑 보다 더 반기고 즐긴다고 한다. 이런 김씨에게 리폼의 비법을 물었다.
“끝까지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리폼 시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 보이죠. 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리폼을 위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집안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귀띔했다.
이어 김씨는 “버려지는 게 너무 많아 버리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면 새로운 걸 많이 얻게 돼요.(웃음) 조금만 붙이고 뜯고 닦아 쓰면 전혀 다른 새로운 물건도 되고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필요이상으로 물건을 사거나 버려서 가정이나 국가적으로 손실이 큰 것 같아 안타까워요.”라며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과 리폼에 관심 갖길 권했다.
김지숙 기자 jisuk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