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꿈 접고 항해의 길로, (주)진도운수 송문복 선장
-‘천혜의 보고’ 백령도 가족휴가지로 손색 없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모든 피로 날리는 묘약-
모든 강이 흘러드는데도 넘치는 법이 없는 바다. 그 바다를 평정하는 사나이 (주)진도운수 송문복 선장(36. 옥련동) 또한 넉넉함으로는 그에 못지않은 풍모를 지녔다. 승선경력 13년, 외항선만 타다가 백령도와 덕적도를 오간 지는 4년 정도. 토종 인천산이다.
인터뷰 약속이 잡힌 날, 짙은 안개로 출항이 취소된 연안여객터미널엔 선박들의 발이 묶여있었다. 입사당시부터 함께 해 유독 애착을 느낀다는 ‘마린 브릿지’호에 올랐다. 299톤, 승무원 포함 328명을 태우고 대청, 소청도를 경유, 백령도를 드나드는 배다. 정박해 있는데도 일렁임이 느껴진다. 뱃멀미하는 선장이야 없겠지만 딱 체질이란다.
꿈이었던 파일럿 대신 국립 해사고 항해의 길을 선택, 가난 앞에 꿈을 접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자신의 일이 만족스럽다는 송선장. 해기사 2급 자격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그에게선 뚝심이 느껴진다. “자신에 대한 도전을 즐긴다”는 송선장은 이 일에 전력투구해서 쾌속선을 가장 잘 아는, 이 분야의 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외항선을 오래 탄 그에게 기억에 남는 항구를 물었다. 단연 멕시코의 아카폴코항이란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으로 만일 4대 미항이 생긴다면 필히 추가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란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곳이 우리 가까이 있다고 역설한다. 바로 백령도. ‘천혜의 보고’ 백령도를 두고 굳이 먼 지방 섬까지 여행 갈 일이 있겠냐며 자랑이 늘어진다. 모쪼록 인천시민들이 많이 찾아가서 아름다운 경관도 만끽하고 섬 주민들의 경제도 살리면 좋겠단다.
“배가 여자를 시기한다고들 했지요”
출항하는 배에는 여자를 태우지 않던 시절 얘기가 나오자 유래를 설명한다. 배는 ‘여성명사’에 속하는 터라 같은 ‘성’인 여자를 태우면 배가 시샘을 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여겼단다. 여자선장이 배출되는 오늘날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오늘같이 휴항이 되는 날이면 어찌 보내는지 궁금했다. 연 50편, 개봉작은 반드시 보는 영화 마니아란다. 낚시보다는 잡힌 생선 먹기를 즐겨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외항선 유혹이 올라치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헤어짐이 싫어 도리질을 할 만큼 가정적이기도 하다.
고유가 시대, 여객선의 기름 소비량은 어느 정도나 될까? 8.4km 백령도를 왕복하는데 드는 기름은 40드럼 정도, 한 드럼이 2백 리터라니 8천 리터가 든다는 계산이다. 대단한 양이다. 면세율이 적용되긴 하지만 여객선도 대중교통수단인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이 세워지기를 희망한다며 걱정을 섞는다.
서로 편한 다다미방을 차지하려는 승객들 사이에 생긴 분쟁 때문에 해양경찰을 부르는가 하면, 119 구급요원을 동반,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이송하는 위급상황을 겪기도 하지만 내리는 승객들의 “수고했다”는 한마디는 그 모든 피로를 단방에 날려버리는 묘약이란다. 비록 악천후일지라도 배를 탄 이상은 선장을 믿어달라는 송선장은 천상 뱃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