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시청한미자 과장직무대리
-임시직으로 시작해 4급까지… 자격증8개-
‘중국현지 어학연수를 1년정도 다녀오고 싶다.’‘문예창작을 공부해 글 쓰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다.’‘어릴 적 꿈이었던 선생님이 되고 싶다.’
경이롭다. ‘꿈이 없는 십대’가 흔한 현실에서 환갑을 눈앞에 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구체적인 꿈을 꿀 수 있을까?
32년 전 북구보건소 임시직이 시작이었다. 보건사무관, 동장을 거쳐 여성으로는 흔치않은 기술4급 인천시 위생정책과 과장직무대리로 승진한게 지난 연말, 마침내 우수공무원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한 한미자(부평3동·58) 씨가 그 장본인이다.
“크게 내세울 것도 없다”며 인터뷰를 원치 않았지만 어렵사리 자리를 만들었다.
-영어 일어에도 능통한 공부하는 공직자로 알려져 있던데
새벽 자투리 시간 이용해 배운 언어라 소문만큼 대단하지 않다(웃음). 몰입해 하고 싶지만 여건상 어렵다. 훗날 자원봉사하는 데 활용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주변에서 공부욕심이 많다는 소릴 듣는데 사실‘욕심’이라는 말이 편치는 않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올해 방통대 중국어학과 신입생이 되었다니 주변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닌 듯.
- 부평토박이로서 추억담이 있다면
결혼해서 서울에 잠시 살았던 거 빼고는 평생의 추억이 어린 곳이다. 복개되기 전 부평공원 자리 냇가에서 목욕하며 뛰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살다 죽을 것 같다. 미군부대 뚝길을 따라 학교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녀는 부평서초등학교 16회 졸업생이다.
- 공직생활중 기억에 남는 일은
첫 여성동장으로 효성1동에서 일했던 때가 가장 좋았다. ‘해!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것’을 보여주었다. 청소차에 직접 올라타 냄새나는 쓰레기더미에서 함께 일하며 가려운곳 긁어주는 일다운 일 해서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여성공무원도 책임 있는 일을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신이 믿는 건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공무원사회에 대한 개혁목소리가 높다고 말하자“제대로 하면 매 안맞는다”며 못을 박는다.
“니가 여자냐 남자지”라는 소리 많이 듣는다는 한 과장은 여자지만 여자가 아닌 시절을 살아왔다고 했다. 위생단속지도로 범죄와의 전쟁을 치를 때는 새벽 3-4시까지 근무가 예사였던데다 남성들을 많이 대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그런 성향이 굳어진 것 같다고. 그러나 막상 평가시에는 여성으로서의 차별이 따르는 게 또한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도시엑스포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신경 쓸 일이 부쩍 늘었단다. 인천브랜드식품 개발, 한국의 맛 대장금축제, 명품음식점 및 영어전용 위생업소 선정지원 등 두툼한 보고서가 분주함을 알려준다.
조리사, 위생사, 유치원교사에 이르기까지 7-8개의 자격증을 가지고도 끊임없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과장. 멀지 않은 정년이 아쉽긴 하지만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너무 즐겁다는 그녀는 “숨을 쉬는 한 노력하며 살겠다”고.“ 늘 들어주던 입장이라 아픈 소리 잘 못했는데 오랜만에 속이 후련하다”며 밝은 웃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