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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르네상스는 전통상권의 르네상스와 함께 간다

-자전거는 전통상권의 수호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교통연구실 연구위원 백 남 철 -

2012-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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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 자전거도로 설치에 대해 다른 의견이 많다. 부평구청 자전거토론회에서 연단의 기물까지 파손될 정도의 반대가 있었다. 반대의견 중 상당수는 자전거도로를 다른 곳에 만들어도 내 집 앞 내 상가 앞에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런 난투극을 보면서 옆에 계신 어떤 분이 ‘우리나라 교통문화와 의식수준으로는 아직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다소 의문이 있다.

보행과 자전거가 불편하고 자동차가 편리하면 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증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즉, 가정주부와 아이들 그리고 노부모님께서 비좁은 보도를 헤매고 다니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현재 교통 상황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면 집이 없어도 자동차는 있어야 된다. 세컨드카가 필수품이 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교통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

한편으로 아무리 의식수준이 고양되어진다 하더라도 그러한 반대여론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이해가 필요하다. 안 그래도 교통정체가 심한 도로를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공간을 넓히는데 자동차 타기가 불편하고 힘든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전거문화 르네상스 이면에는 많은 저항이 있다.

특히, 연도변의 소상공인들은 눈앞에 손해가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이권손실이 발생하게 보이는데 자전거도로설치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

구도심 공동화 위기

- 대중교통전용지구로 극복

국내사례에서는 대구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들 수 있다. 당초 중소상공인의 반대가 극심하였지만, 개통 후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상가 권리금도 크게 올랐다고 한다. 자칫하면 공동화될 수 있었던 대구시 중앙로는 신시가지로 그 상권이 옮겨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인도 확장 그리고 자전거도로설치로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외국에서도 여러 사례가 있지만, 교통선진도시 꾸리찌바의 대처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꾸리찌바 시청에서는 자동차 도로 공간 축소사업을 하면서, 이에 반대하여 성난 자동차 클럽 회원들의 위협에 경찰을 부르지 않고 그 대신 수 십 명의 어린이들이 보행자 광장에 종이를 깔고 그림을 그리는 풍경을 연출하였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대타협의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부평역 전통상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미래”를 꾸리찌바의 어린이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싶다.

먼저 부평역의 과거를 그려 보자. 아마도 1986년 53인천사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986년 부평역은 2012년 현재까지도 민주주의, 노동자와 여성, 약자를 위해 대한민국이 크게 용틀임한 분기점 같은 곳이다. 그 당시 부평역은 수도권지역 학생들에게 새 시대의 해방구였으며 민주주의의 거점이었다. 유동인구가 넘쳐나고 게릴라집회가 자주 벌어졌다. 그러다가 경찰들의 추적을 피해 지하상가의 많은 인파속으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당시 부평역 일대의 지하도상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평상권은 인천지역 최대 상점가로 유동인구가 넘쳐나고 있었다. 25년 전 부평역은 마치 요즈음의 홍대입구 같았다.

그러했던 부평역인데…. 세월을 이기지 못한 것일까? 부평역 주변은 예전의 활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찌하면 25년 전의 활기와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동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부평역 전통상권에 대한 사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행과 자전거의 접근성 강화로 유동인구 유입이 관건

지금까지 부평역 전통상권은 잘 해 왔다. 일본 등 외국의 도시전문가들도 부평문화의 거리나 부평지하상가를 모범사례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거리조성 등으로 전통상권을 지켜 왔기 때문이다. 부평문화의 거리나 동양최대 부평지하상가나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갖추고 나름의 특색을 각각 잘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문제는 각각 발전시켜 왔다는 데 있다. 서로 단절되어 있다. 큰 도로가 가로막고 자동차도로가 각자의 상권을 다른 사람들이라고 인식시켜 왔다. 물리적인 도로시설위에 자동차가 주인으로 나서서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있다.

전통상권의 적은 하나인데 아군들이 서로 싸우는 꼴이다. 서로의 성장목표와 대상은 같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르다고 보았으며 다르게 접근해 왔다. 문제는 어떻게 자동차의 접근성을 더 약화시키고 보행과 자전거의 접근성을 더 강화시켜 유동인구를 증대시켜 줄 것인가 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 보다 크게 연합하지 못했다.

부평역 일대는 마치 오랜 가뭄으로 갈라진 호수바닥을 보는 듯하다. 자동차도로에 의해 사람의 세상이 갈라져 있다. 자동차는 선으로 이동하지만 사람은 면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메마른 느낌이 있는 곳에 유동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 7호선 역전 주변의 새로운 상권은 보행전용 네트워크를 지상과 지하로 연결하고 거대 네트워크로 연계시키도록 기획되고 있는데 이곳 부평역 전통상권은 각각 갈라진 느낌이다.

유통네트워크 구축 - 부평역 상권의 생명선(lifeline) 연장

해답은 있다. 이미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부평 문화의 거리’의 역동성을 부평지하상가와 전통시장까지 확대하여 거대한 ‘유동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 적용된 벽돌포장개념을 지하도까지 연결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연합하여 거대한 전통상권을 형성하는 ‘붉은 피가 몸을 흐르듯 붉은 벽돌길이 부평역 상권의 생명선(lifeline)으로 상징화하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그 생명선을 살릴 수 있을까. 자전거도로는 선진도시에서 도심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생명선이었다. 자전거는 전통상권을 크게 묶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행권역은 최대 400m내의 작은 상권만 형성하지만, 자전거권역은 최소 3km에 달한다. 유동인구를 끌어 들이는 집객권역(catchment area)이 자전거는 보행에 비해 10배나 증가한다. 자전거는 자동차 1대 주차공간에 8대를 주차시킬 수 있다. 또한 자전거이용자는 움직이기 때문에 자동차운전자보다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구매력이 훨씬 더 높다.

자전거네트워크 - 사람이 주인 되는 보행공간 확보

부평역 전통상권을 연결하는 자전거네트워크는 부평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자전거보관대를 지하상가에 일부 설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서로 싸우지 말고 새로운 상권에 대항하여 전통상권을 자전거도로로 거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사람이 주인 되는 교통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개인승용차 이동의 자유를 조금씩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개인승용차를 조금씩 포기한 공간에 자전거와 보행공간을 늘려가야 한다. 사람은 보행으로는 약하지만 자전거 위에 올라타면 자동차보다 신속하게 어느 곳이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에 대항하여 ‘전통상권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부평역 주변에 자전거네트워크가 잘 정비되어 자전거 르네상스와 함께 ‘전통상권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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